글로벌 석유업계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말 시점, 북미와 유럽 15개 석유업체의 순부채 총액이 1년 전보다 970억 달러(약 115조원) 증가해 3830억 달러(약 456조원)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블룸버그의 집계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석유업계의 매출은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된 유가 폭락의 영향으로 침체된 상황. 자본 비용 및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석유회사가 투자와 배당금 지급을 위해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무는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진 1분기에 급증했다.
금리는 사상 최저에 가까운 수준이고, 유가도 지난주 종가가 약 49달러가 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석유업계의 부채가 늘고 있다는 것은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을 경우, 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인력과 투자 감소 뿐만 아니라 배당 감소와 방어적인 인수·합병(M&A)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석유회사의 채무가 증가한 요인으로는, 로열더치셸이 영국 BG그룹을 인수했을 때의 190억 달러의 현금에 의한 지급 분도 포함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든 대기업이 차입이 급증했다고보고하고 있다. 미국 엑손모빌의 3월 말 현재 순부채는 전년의 276억 달러에서 383억 달러로 증가했고, BP의 순부채는 246억 달러에서 306억 달러로 증가했다.
채무가 증가해 향후 유가에 대한 기대가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신용평가사가 석유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엑손모빌의 신용등급을 ‘트리플A’에서 하향했다.
유가 회복으로 기업의 현금 흐름은 개선되는 추세에 있고, 비용도 계속 유지되고는 있지만 현재의 유가 수준에서는 기업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인베스코 파워셰어즈의 제이슨 블룸 상품조사책임자는 “유가가 이 수준이라면 소규모 탐사 및 생산회사 뿐만 아니라 석유 메이저에게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대부분은 채무 상환 속도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 이코노미스트 필립 벌레저는 “카자흐스탄의 카샤간 유전과 브라질 연안의 심해 유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온 대기업은 부채 상환과 배당금 지급에 대한 투자 삭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