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산업부 기자
하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처방전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해법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글로벌 조선업황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촉발된 위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지만, 대우조선은 2000년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이 5조3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은 오너가 없는 회사다. 2000년 산은이 출자전환으로 대우조선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 사외이사 등이 산은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대우조선의 경영을 책임졌다. 현재 재경본부장인 김열중 부사장은 산은 부행장 출신이고, 전임자인 김갑중 재경실장도 산은 재무본부장을 지냈다.
대우조선은 2013~2015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5년 3조원대의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2013년과 2014년 실적을 정정 공시하면서 회계 부실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산은 출신들이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에 빠질 때까지 상황을 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추가 자구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조선 빅3가 다 살아날 수 없다면 결국 대우조선이 정리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쓴 추가경정예산은 21조원이고 정부가 대우조선에 물린 자금은 4조2000억원이다.
대우조선의 상황은 2013년 자율협약에 들어가 4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결국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한 STX조선과 다르지 않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회사에 대한 감독은 더 엄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른 STX조선, 대우조선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결국 대우조선 사태의 진정한 출구 전략은 철저한 책임 규명에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