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재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성생명의 미동에도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장내에서 삼성SDI 보통주 8652주(지분율 0.01%)를 매도했다. 앞서 삼성전기 보통주 4313주(지분율 0.01%)도 지난달 2일부터 약 한 달에 걸쳐 처분했다. 지난달 2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는 삼성중공업 보통주 644주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SDI 지분율은 20.09%에서 20.08%로, 삼성전기 지분율은 22.85%에서 22.84%로 낮아졌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24.08%로 변화가 없다.
이 같은 소량의 지분매도에도 시장이 관심을 두는 것은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이란 분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제조업과 분리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삼성생명이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 전량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 역시 이 같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 강화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최근 보험업계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자본 적정성 규제가 강화된 만큼 당분간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적용할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2014년말 기준으로 67조원에서 22조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생명 역시 자본력 강화를 위한 방안마련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지분확보 작업이 진행됐지만 IFRS4 2단계 등 새운 회계계도와 맞물린 자본 적정성 규제 고려 시, 삼성생명이 확고한 자본안정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생명 인적분할 통한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시, 자본 24조원 중 사업 부문에서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전자 지분 등 10조9000억원 자본 유출이 예상되고 규제 강화 앞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헌·김종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삼성생명 위주로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했으므로 그 다음 수순으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삼성생명은)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과 더불어 2020년 보험사에 IFRS4 2단계 및 솔벤시2 규제가 도입되는 것 등에 대비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면서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견고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계열사 지분 매도는 금융지주사 전환과 무관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도는 외부 자산운용사에서 맡는 특별계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일반계정이 아닌 특별계정에서 지분을 처분한 것은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일뿐 회사 입장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