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서 술술 새는 사건정보… 금감원은 지금 ‘무간도’”

입력 2016-06-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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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 강조,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성과주의 강화와 무관치 않은 듯..검찰 출신 약진 영향도

“도대체 누구에게서 정보가 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금융당국이 ‘무간도’ 상황인 것이죠.”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8일 “주요 사건을 사전 공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 부서별 정보 차단벽이 높지 않아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 중인 사안이 외부로 노출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딥스로트’(익명 제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흐름이 문제 되는 것은 ‘국’ 간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과 조사2국은 불공정거래 사건을 업종별로 나눠 맡고 있다. 그러나 인력은 조사1국에 더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특별조사국에서는 기획 사안을 맡고, 조사1국에서는 주요 사안을 가져가다 보니 조사2국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사2국은 현재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관련 불공정거래 사안을 맡고 있지만 그 성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올해 불공정거래 사안 의결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서 처리한 사안 중 김준기 동부 회장, 현대증권 공매도, 기업 인수전문가 불공정거래 적발 등 대다수는 조사1국에서 담당했다. 증선위를 통해 알려진 올해 불공정거래 처리 사안 중 조사2국과 특별조사국에서 맡은 사안은 각각 한 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정보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성과주의 강화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현재 총무국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준비 중이다. 다른 정부 기관과 차이는 있지만 비간부 직급에도 기본연봉 인상률을 성과에 연동시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성과연봉 차등 폭을 2배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금감원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각 ‘국’마다 견제가 심해진 것이다.

특히 김준기 회장을 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성과주의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김 회장은 2014년 동부건설 등의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의심되는 규모는 2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김 회장이 동부건설에 사재 540억원을 출연한 것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발 조치가 아닌 수사 의뢰나 통보 사안 대다수를 들쳐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담당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이용 사건 시류에 금감원이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 빠르게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성과주의 강화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업계 조사권을 갖고 있는 만큼 정보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사 정보가 유출되면 금융당국과 피조사자 간 유착 관계가 일어날 수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부실기업의 편법 대출 의혹 등에서 늘 금감원 관계자가 연루돼 있었다. 검은 거래의 핵심으로 금융당국이 꼽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무턱대고 금감원부터 의심하는 것이 무리한 시각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금감원 조사 부문의 신뢰성이 저하되는 것도 허술한 조사 역량과 관계가 있다. 재작년 금감원은 한 자산운용사의 현장조사를 나갔지만 해당 운용사는 문을 걸어 잠그고 금감원 관계자들을 본사로 들이지 않았다. “차라리 영장을 발부받는 검찰에게 조사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금감원 조사 부문 신뢰성 추락을 반증하는 대표적 예다.

금감원 조사 부문에서 검찰 출신이 약진하는 것도 금감원 부서 간의 불신과 연관이 깊다. 현재 금감원 조사 부문에서는 임원인 조두영 부원장보와 박은석 조사1국장이 검찰 출신이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 출신이 한 조직의 주요 보직을 담당하게 되면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는 얘기”라며 “결국 내부 구성원에게 쏠리는 무게추가 가벼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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