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우등고속버스보다 넓고 편한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등장한다. 관련업계에서는 과거 우등고속버스 등장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버스운임 인상 효과만 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와 오송역을 왕복하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시승행사를 열고 오는 9월 정식 도입계획을 밝혔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현 우등형 고속버스의 단점을 보완해 좀 더 개선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작된 차량이다.
이날 시승행사에는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유니버스'와 기아자동차가 만든 '뉴 그랜버드' 등 두 종류의 차량이 투입됐다. 시승행사는 왕복 시 서로 다른 차량을 이용하도록 했다.
프리미엄 버스는 우등버스보다 좌석 수를 줄여(28석→21석) 개인 좌석의 앞·뒤 공간을 늘린 점이 특징이다.
최대 165도까지 기울어지는 전자동 좌석 조정이 가능하고 고급 소재로 된 좌석 시트에 조절식 목 베개가 부착돼있어 안락하게 잠을 잘 수 있다. 기존 우등버스는 좌석을 최대 139도까지만 기울일 수 있었다.
짐을 올려놓는 선반은 비행기 짐칸과 똑같은 형태로 탈바꿈했다. 경계가 분명해 짐이 섞이는 일이 덜하고 뚜껑을 덮을 수 있어서 물건이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이밖에 프리미엄 버스는 좌석별로 테이블, 독서등, USB 충전 단자 등 이동 중에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췄다.
또 장시간 이동이 지루하지 않도록 전 좌석에 개별 모니터를 설치하고 헤드폰을 비치해 영화, TV,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비행기와 같이 이동 경로와 현 위치, 도착 예정 시간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다.
프리미엄 버스는 추석 연휴에 맞춰 9월 12일부터 서울∼부산(노포동) 구간에 12대, 서울∼광주(광천동) 구간에 15대 등 총 27대가 투입된다. 운행 요금은 서울∼부산이 4만4400원, 서울∼광주가 3만3900원이다.
이는 각각 우등버스(3만4200원·2만600원)보다는 1.3배가량 비싸지만, KTX(5만9800원·4만7100원)보다는 저렴하다.
그러나 단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KTX와 달리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운행시간은 현행 우등고속버스와 동일하다. 관련업계에서는 결국 값비싼 고속버스의 등장으로 전반적인 여객운수 운임의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초 우등고속버스가 등장한 이우 운행 편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해 결국 일반 고속버스보다 우등 고속버스의 운행이 더 많은 구간이 생기면서 전반적인 버스 운임 가격상승을 불러온 바 있다.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은 "1992년 우등버스 도입 후 정체된 버스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올 추석 시범운행을 통한 수요 조사 등을 거쳐 더 많은 노선에 서비스를 보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