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죽인 위례신도시…“단속 뜬다고 하니 다들 피난갔죠”

입력 2016-06-15 14:16수정 2016-06-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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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위례신도시 24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들 전경.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문을 닫았다.(사진=정경진 기자 jungkj@)
입주 4년을 맞은 위례신도시가 숨죽이고 있다. 기존에 이뤄졌던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해 자치단체와 세무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신도시 곳곳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 24단지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10여 개에 달했지만 이 중 문을 열고 있는 곳은 단 2곳에 그쳤다.

상가건물이 들어서는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송파와이즈더샵 주상복합 건물에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즐비했지만 이 중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 일부는 사무실 불을 켜놓은 채 문을 닫기도 했다. 위례신도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총 103곳으로 이날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50%가량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위례신도시 공인중개사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최근 불거진 분양권 불법거래 조사가 본격화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전국적으로 실거래가 허위 신고가 의심되는 1000여 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신도시 ‘다운계약서’ 거래가 주목을 받으면서 각 지자체에 실거래가 허위신고에 대한 단속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위례신도시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단속이 뜬다고 하니 다들 피난을 갔다”며 “혹시라도 (단속에)걸리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들이 서로 문을 열지 말자란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 적발 시 공인중개사의 경우 영업정지는 물론 등록정지 징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권 불법거래 조사 대상지인 위례신도시는 강남 대체지역으로 불리며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인기 신도시 중의 하나이다. 지난해 말 대출심사 강화소식에 다소 약세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 1억 원이 넘는 웃돈이 붙으면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실제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에서 1억 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분양권은 총 835건에 달한다. 이 중 판교신도시와 위례신도시가 위치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가 196건으로 전체 시군구 중 가장 높은 비중(23%)을 차지했다.

위례신도시 분양권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자 매도자들이 양도소득세를 줄이고자 실제 거래 금액보다 낮춰서 신고하는 ‘다운계약서’가 곳곳에서 일어난 것이다.

위례에 거주하는 최모(31) 씨는 “위례신도시처럼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곳은 관행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다”며 “매수자가 많다 보니 집주인이 다운계약서를 요구해도 의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양권 거래에 대한 조사가 불거지면서 억울하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송파 와이즈 더샵’에 입주한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 상가에 들어온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이 영업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며 “주변 공인중개사들이 다 문을 닫고, 다운계약서 이야기가 돌다 보니 분양권 거래마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현재까지 ‘다운계약서’ 단속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실거래가 허위신고 조사는 매달 진행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다운계약서 거래와 관련해 조사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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