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올들어 영국의 입지가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우려가 영국의 M&A 성장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톰슨로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영국의 전체 M&A 규모는 피인수 거래를 포함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어든 576억 달러(67조42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M&A 비중의 4%에 불과한 규모다. 특히 영국의 글로벌 M&A 규모는 전년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감소세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영국은 에너지기업 BG그룹의 520억 달러 규모 로열더치셸 인수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M&A를 이뤄내며 대형 M&A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올해 가장 큰 M&A는 210억 달러의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독일 거래소 도이체뵈르제의 합병이다. 가장 큰 M&A를 놓고만 봐도 2배가 넘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영국의 M&A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배경으로 브렉시트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은 물론 EU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M&A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는 평가다. 유럽대형 투자은행의 한 M&A 전문 어드바이저는 “브렉시트가 영국 내 M&A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줬고 더 넓게 보면 유럽 전역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인수 대상 기업이 세계 최대 단일 시장에서 이탈할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M&A에 나설 기업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영국은 물론 EU 전체 M&A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빌헬름 슐츠 유럽·중동·아프리카 M&A 책임자는 “유럽 M&A 흐름이 대체로 영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결론 날 경우 유럽 내 M&A에 매우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U 잔류 쪽으로 결정되면 그간 묶여 있던 M&A가 잇달아 성사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