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지원 불가 원칙 재확인…"현대상선도 지원 없이 로드맵 마련"
"어떤 이유에서라도 우리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은 23일 열린 'KDB 혁신 추진방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 무거운 표정으로 참석해 '대국민 사과'로 운을 뗐다.
이 회장은 "40년 금융인생에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최근 상황에 대한 산은의 진솔한 반성과 함께 심기일전의 자세로 쇄신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비롯해 국책은행 자본확충, 낙하산 논란 등 산은에 대한 언론의 질책과 여론의 비난을 수용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전면적인 쇄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장은 "경기 사이클과 산업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의 부족,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지 못한 점 등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명감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해 현안 기업의 정상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조조정 현안을 살펴보면, STX조선해양의 경우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회생절차로 전환됐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운동맹 재가입 등의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등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회사인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기간 대우조선 매각 기회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도 "매각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빠르고 과감하게 결단해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경영정상화를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지원 여부도 '국민의 혈세'임을 강조하며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대우조선에 지원하기로 한 4.2조 중 1조 한도를 남긴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 지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업황에 따른 3개 시나리오를 구성해 상응하는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진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해 채권단의 지원 불가 원칙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이 회장은 "'채권단 지원 불가'라는 구조조정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며 "앞으로도 구조조정 회사가 많이 남았는데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향후 국민 혈세 유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궁극적으로 한진해운은 약 1조원 정도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사측에서 4000억원 정도 대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현대상선의 경우 채권단 지원 없이 지난 4~5개월간 자금 조달 방안 로드맵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산은 직원의 재취업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산피아' 등의 낙하산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형태의 단속을 통해서라도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