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잇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더니 미국 중앙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문턱을 2년 연속 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 3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자본분석 및 검토(CCAR) 결과, 독일 도이체방크와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미국 법인이 제출한 자본확충 계획서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도이체방크는 2년 연속 해당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됐다. 연준은 도이체방크의 자본확충계획이 전년보다 개선되기 했지만, 여전히 리스크 관리와 자본 지출 부분 등에서 불충분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도이체방크는 새 자본확충 계획을 연준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때까지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두 차례 해당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무사히 통과됐고, 모건스탠리와 M&T뱅크는 조건부로 통과했다. CCAR은 은행들이 최악의 경제 상황을 가정했을 때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자사주를 되살 수 있는 자본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앞서 연준은 24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발표 30분 전에 1차 스트레스 테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1차 테스트에서는 지금보다 실업률이 5%포인트 이상 높아지고 금융위기가 약 2년 3개월 동안 지속되는 상황 등을 가정해 은행들이 이런 충격을 견딜 여력이 있는지 검토했으며 33개 은행 모두 통과했다.
도이체방크의 굴욕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약세 베팅의 표적이 된데다 브렉시트 여파에 주가는 하향 곡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로스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도이체방크 주식 700만 주에 대해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이는 은행 전체 발행 주식의 0.51%에 해당한다. 도이체방크의 27일 주가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대비 13% 추락했고, 28일에는 여기서 7.9% 추가로 급락했다. 이틀 새 21% 가까이 떨어지면서 주가는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 계산하면 소로스는 이틀 동안의 약세 베팅으로 2200만 유로(약 28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추산이 나온다. 소로스뿐만 아니라 영국 헤지펀드인 마샬웨이스 역시 24일 도이체방크 주식 중 0.5%에 해당하는 물량에 숏 포지션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