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오늘 은행 다녀왔는데 대출 안 된대.
나 : 올해 초까지 은행서 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 : 지금은 직장이 없다고…. 사표 쓰기 전에 대출받을걸 그랬나 봐. 아~ 또 머리 아프다.
잡지사에 다니던 친구가 얼마 전 일을 그만뒀습니다. 마감에 쫓겨 10년 넘게 야근을 밥 먹듯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갔나 봅니다. 몇 달 푹 쉬고 난 뒤, 특기를 살려 인천에 조그마한 리빙 편집숍을 열거라고 하네요. 개업할 때까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요.
“사표 냈다”는 말도 웃으며 하던 친구인데, 지난주 본 그의 얼굴엔 걱정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다녀왔는데, 퇴짜를 맞았다고 합니다.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다니던 단골은행인데 어쩜 그럴 수 있냐”며 2시간 넘게 하소연을 하더군요.
‘오늘의’ 친구가 돈을 빌리려면 제2금융권을 찾아야 합니다. 20%에 가까운 금리를 부담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내일의’ 친구는 다릅니다. 중(中)신용자들을 위한 은행 상품이 출시되거든요. 바로 ‘사잇돌 대출’입니다.
사잇돌 대출은 중금리 신용대출인데요. 상황능력이 있는데도 신용등급(4~7등급)이 낮아 은행서 대출퇴짜를 받는 고객이 대상입니다. 저축은행이나 대부업보다 훨씬 낮은 6~10%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빚 없이 살 수 없는 요즘, 그야말로 희소식입니다. 문답 형식을 통해 사잇돌 대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Q. 대출 대상이 어떻게 되나요?
A. 일정 수준의 급여(혹은 사업소득)를 받는 중신용자가 대상입니다. 사회초년생이나 연금수급자, 새희망홀씨 이용자처럼 상환 능력이 있어도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분들이죠. CB(Credit Bureau)로 따지면 4~7등급인데요. 기존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을 받던 사람도 갈아탈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고요? 지난 4월에 이투데이에 실린 ‘송혜교도 모른 신용등급 관리 깨알 팁’을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Q. 소득조건이 있나요??
A. 우선 직장인은 6개월 넘게 회사를 다녀야 합니다. 2000만 원 이상 연 소득이 있어야 하고요. 사업 소득자(1년 이상)와 연금수령자(1개월 이상)는 연 수입이 1200만 원을 넘어야 합니다. 만약 일해서 1000만 원 벌고, 연금으로 5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라면 1500만 원이 소득 기준이 되는데요. 다만 맞벌이 부부 소득은 합산할 수 없습니다.
Q. 대출한도와 상환 기간은요?
A. 빚을 갚을 수 있는가, 부채 수준은 얼마인가에 따라 다른데요. 1인당 최대 2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대출금은 반드시 5년(60개월) 안에 상환해야 하는데요. 갚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쪼개 갚아야 합니다. 거치 기간이 없다는 얘기죠.
Q. 대출금리는 얼마나 되나요?
A. 개인별로 다르지만 대략 연 6~10%대입니다. 서울보증보험에 내는 보증료(1.8~5.3%)는 이미 포함돼 있고요. 별도의 수수료도 없습니다.
Q. 필요한 서류는 뭔가요?
A. 우선 급여소득자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세무서 발급 소득 증명 △급여통장 사본이 필요합니다. 사업소득자는 △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ㆍ납부계산서를 제출해야 하고요. 연금소득자는 △연금 수급권자 확인서 △연금 수령증명서를 내면 됩니다. 모바일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신한(써니뱅크)ㆍ우리(스마트뱅킹)은행 고객은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대출자 정보제공에 동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과 국세청에서 자동으로 근로ㆍ사업소득을 조회해 줍니다. 빠르면 당일 대출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Q. 저신용자는 대출을 못 받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사잇돌 대출이 CB 4~7등급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8~10등급의 저신용자도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실제 대출 가능 여부는 서울보증보험이 구축한 ‘중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하고요. 연체 기록도 없어야 합니다.
Q. 상담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A. 내일부터 NHㆍIBK기업ㆍKB국민ㆍNH농협ㆍ수협ㆍ신한ㆍ우리ㆍ전북ㆍ제주ㆍ하나은행 등 9개 시중은행 6018개 지점에서 동시 출시됩니다. 9월부터는 경남ㆍ광주ㆍ대구ㆍ부산은행에서도 판매되고요. 취급은행의 콜센터나 인터넷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