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제주도보다 일본이 저렴”…돈 없으면 못 가는 국내 여행

입력 2016-07-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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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미지투데이)

요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휴가입니다. 지난달 유럽에 다녀온 후배는 상실감에 허덕이고 있고, 추석 연휴에 맞춰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선배는 5박 7일 일정 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지난해 하와이에 다녀온 동기는 8월 초 제주도에 간다고 하네요.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써 이번 달엔 가계부에 안식월을 줘야 한다고 합니다.

“요즘 휴가에 국내 여행 가는 사람들은 부자래요.”

그런데 후배가 이런 말을 합니다. 휴가 계획 잡지 못한 저도 ‘제주도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신이 번뜩 드네요. 정설(?)처럼 굳어져 버린 “휴가 땐 제주도보다 중국ㆍ일본이 더 싸다”는 말은 진짜일까요? 한번 따져봐야겠습니다.

우선 여행 인원은 4명입니다. 비행기는 A 저가 항공사로 검색했고요. 숙소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B 리조트로, 자동차 렌탈은 C 렌터카에서 ‘K7’으로 알아봤습니다. 단, 렌터카에 포함되는 자차보험(1일 3만원)은 별도입니다.

◇극성수기
-일정: 8월 3일(수)~8월 6일(토)
-항공권: 김포~제주 9만3000원 / 제주~김포 9만3000원
-리조트: 1박 45만 원
-렌터카: 1일 16만5000원
-총합계: 275만4000원

◇비수기
-일정: 8월 31일(수)~9월 3일(토)
-항공권: 김포~제주 6만5600원 / 제주~김포 7만6000원
-리조트: 수~목 25만 원 / 금 35만 원
-렌터카: 1일 4만 원
-총합계: 157만6400원

▲규모별 하계휴가비(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극성수기만 피했을 뿐인데, 무려 117만7600원이나 아꼈습니다. 비행기 삯만 빠질 뿐 다른 유명 여행지들도 별반 다르지 않죠. 부르는 게 값인 바가지요금까지 더해지면, 호주머니 털리는 건 순식간입니다 같은 기간 D 여행사에서 판매 중인 2박 3일 오사카 코스가 1인당 52만9000원임을 고려하면,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이 별 차이 없네요.

그래서 직장인들은 하는 수 없이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씁니다. 돈을 아껴보려고요. 얼마 전 한 숙박 예약 대행업체에서 성인 10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봤는데요. 7~8월을 피해 휴가를 떠나겠다고 말한 응답자가 10명 중 4명이나 됐습니다. 성수기에 여행을 떠난다는 응답자 중 상당수도 여건만 된다면 휴가 기간을 옮기겠다고 답했고요. ‘피서’의 진정한 의미가 사라진 셈이죠.

문제는 바가지요금이 휴가시즌 전후인 6월, 9월에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연휴 요금입니다. 현충일이나 추석처럼 쉬는 날이 3일 이상 붙어 있으면 항공사와 리조트, 렌터카 업체들은 성수기에 준하는 돈을 받습니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올해 휴가는 방콕이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올해 회사서 직원에게 주는 여름 휴가비가 얼마인 줄 아십니까? 평균 59만 원입니다. 지난해보다 3만 원 줄었죠. 불황의 단면입니다. 하지만, 한 푼도 안주는 직장(500곳 가운데 440곳)에 다니는 미생들은 이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엔 보석과도 같은 곳이 많습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휴가는 국내서 보내주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장관들에게 국내여행을 당부했네요. 휴가지로는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거제와 울산을 추천했고요. 하지만 “휴가 때 국내여행 가는 사람은 부자”란 말이 정설(?)처럼 통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이번 휴가를 ‘방콕(방에 콕)’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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