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혁신과 효율, 그리고 기업의 이익

입력 2016-07-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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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과 시장 효율의 융합으로 기업은 성장과 이익을 내게 된다. 기업 이익 창출의 본질은 혁신과 효율의 선순환으로 이루어진 차별화다. 남들보다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은 차별화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익이 혁신과 효율에서 어떻게 창출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효율을 통해서 우리는 원가절감이라는 차별화를 이룩하게 된다. 추격자 전략은 저임금, 수직적 통합, 대규모 수출 시장이라는 3대 원가절감 전략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수직적 통합으로 세계적인 제조 강국이 됐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는 부품에서 완제품 생산까지의 수직 통합체계를 갖고 있는 반면 애플은 부품과 제품 생산을 일체화하지 않고 있다. 삼성의 전략이 수직 통합의 원가 절감에 있다면 애플의 전략은 혁신 위주의 가치 창출이다.

규모 경제의 효율 차별화는 대체로 매출액의 5%를 넘기 어렵다.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다. 반면에 혁신에 의한 차별화는 대단히 크다.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 에어비앤비(Airbnb), 페이스북과 같은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은 제한이 없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30%를 육박하고 있다.

우리는 추격자 전략의 일등 국가로서 원가 절감과 효율의 패러다임에 익숙하다. 열심히 일사불란하게 갑을 관계하에 일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혁신은 효율과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다. 이제 실패를 감수해야 하고 갑을 관계의 지시가 아니라 수평 관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겨울 옷을 입고, 봄이 되면 봄 옷을 입어야 한다. 이제 추격자 전략의 겨울 옷을 벗고 개척자 전략의 봄 옷을 입어야 하는데, 아직도 겨울 옷의 무게가 우리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1차 한강의 기적의 성공 방식이 지금 한국의 족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갑을 관계, 사전 규제, 실패에 대한 징벌, 일사불란한 조직, 정답의 신봉주의, 정부 후견주의와 규제 등 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열심히 뛰는 효율의 차별화는 대략 5%인 데 반해, 혁신의 차별화는 무한대로도 갈 수 있다. 그러나 혁신의 열매는 달콤하나 혁신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혁신은 탄생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서 혁신의 꽃은 피지 않는다. 국가는 혁신을 요구하나 개별 혁신기업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공무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숙명을 만든 것은 실패에 대한 과도한 징벌이었다.

이러한 혁신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혁신은 개방과 융합을 먹고 자라나, 우리는 폐쇄된 개별 경쟁에 치우치고 있다. 혁신의 열매를 따는 과정은 가혹하다. 열매를 지키는 과정도 쉽지 않다. 혁신의 과도한 수익은 수많은 후발업체를 유인하는 등불이 되어 죽음을 각오한 나방들이 달려드는 레드오션화한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수익을 일부러 자제하기도 한다.

혁신의 차별화 시작은 지식재산권이다. 특정산업을 제외하고는 노하우에 비밀 엄수가 어려워지고 있다. 메타 기술의 발달로 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 지식재산권 보호 없이는 혁신이 보호받기 어렵다. 혁신 차별화의 다음 단계는 혁신의 속도다. 구글과 아마존이 핵심 알고리즘을 오픈소스화하는 것은 속도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특허는 보유하고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로 생태계를 이끌어 가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시장 차별화의 본질은 규모다. 규모의 경제는 어디에서나 작용된다. 제품은 판매량이 두 배 늘 때 원가는 10% 줄어든다.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판매량이 두 배 늘 때 원가는 10%가 아니라 50%까지 감소한다. 결국 시장 규모가 효율 차별화의 핵심 요소다. 따라서 혁신이 만든 지식재산권과 시장이 만든 고객관계, 이 두 가지가 순환하면서 지속 가능한 차별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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