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전기요금 누진제, 부자감세 NO! 서민부담 OK?

입력 2016-08-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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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왜 부자 감세 논리를 들이댑니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얼마 전 정부당국자가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보는 일은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다”고 말한 것 때문이죠. 우 대표는 녹을 먹고 사는 관료가 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엔 반드시 전기요금 개편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신이 쓴 만큼 내는 ‘요금’과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은 엄연히 다른데, 정부 당국자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4년 전 조세연구원에서 한국전력의 소득별 전력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요. 사용량(기본요금 고압 2888원ㆍ저압 2933원 포함)에 따라 얼마나 돈을 더 내야 하는지 따져봤더니, 소득 1분위의 부담이 21.3%나 늘었습니다. 반면 10분위는 14.1% 줄었고요. 정부 당국자는 바로 이 부분을 우려한 겁니다.

전기료, 즉 공공요금은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냉난방비를 주는 겁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나라 곳간이 부족하거든요. 누진제는 이를 보완합니다. 선풍기 하나로 간신히 버티는 저소득층의 비용 부담을 방방마다 에어컨 켜고 사는 부자들에게 나눠주는 겁니다. 나라 곳간도 채우고 전력수요까지 조절하니, 정부입장에선 ‘1석2조’죠.

(출처= 한국전력ㆍ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는 소중한 것이여! 적게 쓰면 흥부고, 많이 쓰면 놀부야”

문제는 우리나라 누진제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외제 차를 몰고, 강남의 수십 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아도 전기를 많이 쓰지 않으면 ‘흥부 대접(?)’을 받죠. 반면, 지하 단칸방에서 갓난쟁이를 돌보는 엄마는 온종일 에어컨을 틀었단 이유 하나만으로 ‘놀부 취급(?)’을 당합니다. 사람들의 달라진 소득수준이 공공요금 체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전력 자료를 좀 살펴볼까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소득별로 사람들이 한 달에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알아봤더니, 1~4분위 가구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이 모두 200㎾h를 훌쩍 넘었습니다. ㎾h 당 180원을 내야 하는 누진제 3단계(201~300㎾h)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꼭 에어컨을 켜야 하는 노인가구(250㎾h)와 모자가구(300㎾h)의 전기 사용량 역시 일반가구(302㎾h)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없애면 저소득층부터 피해를 본다는 정부의 얘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죠.

그래서 정치권과 학계가 해결방안을 찾아 나섰습니다. 논의내용을 요약하면 △누진제 구간 6→3단계 △누진 배율 2배 이하입니다. 미국(누진구간 2단계ㆍ누진 배율 1.1배), 일본(3단계ㆍ1.4배), 호주(2단계ㆍ1.3배) 등 해외 여러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단 거죠.

(출처= 한국전력ㆍ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표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하다 이같이 약속했다고 하네요. 부자 감세를 운운하며 전기요금 누진제를 고수하던 관료의 말보단 희망적입니다. 말복이 오기 전 얼음장처럼 시원한 선물을 기대하며 오늘은 맘 편히 에어컨 켜고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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