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정정불안 등 위기 상황이 끊이지 않던 이라크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에 재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해 초 반정부 시위가 일단락되고 이라크 경제의 근간인 원유 가격이 조심스레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라크 경제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최근 이라크 주요 도시인 팔루자와 라마디에서 몰아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크게 줄었다.
이에 이 지역에 대한 낙관론도 제기되면서 이라크의 잠재 가능성을 타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는 지난 4월 레바논 아우디은행 투자를 받아 이라크 전력회사에 3억7500만 달러(약 4098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모하예드 마클루프 IFC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문 책임자는 “이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데 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WB는 유가 상승세와 함께 IS 위협이 줄어들고 경제개혁이 진행되면서 이라크 경제가 올해 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이라크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0% 급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이라크 투자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전력 인프라 개선 사업 계약을 따냈다. 이는 2008년 이후 GE가 이라크에서 따낸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GE는 지난 수년간 이라크에서 사업을 운영해왔으며 앞으로 성장 기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호텔그룹은 윈덤호텔그룹도 이라크 진출에 나섰다. 윈덤호텔은 2018년까지 이라크 중부 유프라테스 강 동쪽 연안 도시이자 유명 성지순례지인 나자프(Najaf)에 호텔 2채를 개점할 예정이다. 윈덤호텔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숙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라크 경제와 사회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IMF는 지난달 53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IMF 구제금융을 통해 이라크가 재정적자를 메우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구제금융의 대가로 이라크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부패 청산 등 일련의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라크를 둘러싼 상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주요 재정 수입원인 원유 가격이 여전히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라크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쌓인 상태다. 이라크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4.3%에 달했으며 올해 1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IS와의 전쟁으로 인한 재정부담이나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인한 반정부 시위 재개 가능성도 다국적 기업들의 이라크 투자 재개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