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기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위기의식 부재가 익일물 쏠림 현상의 주 원인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금융당국이 올 3월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TF는 약 5개월 간 협회와 중개·예탁기관, 업권 등에서 40여 차례에 걸쳐 의견을 청취해 왔다.
이 연구위원이 ‘단기금융시장의 기일물 활성화 필요성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았다. 이어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진영 한국예탁결제원 팀장이 각각 단기금융시장의 해외 규율체계 사례와 한국형 중앙청산소 제도(GCF) 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단기금융시장에서 기일물을 활성화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단기금융시장은 규모가 축소되거나 정체 상태인 데 반해 최근 국내 단기금융시장 규모는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전반적으로 익일물 비중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도 상당비중 존재해 다양성이 확보된 상황이다. RP 담보물 비중도 국공채가 다수지만 회사채와 민간 에이전시의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단기금융시장은 익일물 비중이 70% 이상으로 쏠림 현상이 심각하고 담보별 비중에서도 국채와 통안채 비중이 60%를 넘었다. 특수채와 지방채까지 포함하면 80%에 가까워 담보 다양성도 떨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 단기금융시장을 살펴보면 채권의 종류에 따라 증거금률 편차가 크고 동일한 채권인 경우에도 거래 상대방과 만기별로 편차가 상당하다”며 “이는 참여자들이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단기금융시장에서 콜 편중 현상이 완화됐음에도 익일물 편중 현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은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RP 시장 내 제도와 인프라가 미흡하고 자금공급기관의 소극적인 자금운용 행태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익일물 비중이 높으면 차환 리스크도 높게 유지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금융회사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간헐적으로 기일물 시장을 이용해야 할 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비효율적인 자금운용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장·단기 금리 체계가 형성될 때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담당하는 국고채전문딜러(PD), 한국은행 공개시장(OMO) 등의 선정 기준에 기일물 RP 거래 실적을 추가하거나 강화하고 한국증권금융도 기일물 RP 실적에 비례해 콜 차입과 운용을 일정기간 허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익일물과 체계가 같은 수수료율을 기일물에 유리하도록 개편해 비용 측면의 이점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연기금이 기관 간 RP를 활발히 이용하도록 유인해 기일물 자금 공급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한편 익일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콜 시장에 참여하는 증권사의 익일물 일별 차입 허용 한도를 기존 100%에서 25%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정일에 익일물 차입이 쏠려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증권사의 차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1일 유동성을 중심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비상자금조달계획 마련 유도 등 조치도 제시됐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를 통해 제시된 아이디어가 기일물 시장을 한 번에 일으키키 어려울 뿐더러 그게 바람직한 방향도 아닐 것”이라며 “조금씩이라도 기일물 쪽으로 유인하면서 시장 자금조달이 자연스러워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