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아름다운 4위’ 손연재…높았던 러시아ㆍ동유럽의 벽

입력 2016-08-2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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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을 마친 손연재가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손연재(22·연세대)는 결국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실패라고 재단할 수는 없다. 손연재는 출발선부터 다른 러시아·동유럽 선수들에게 맞서 잘 싸웠다.

리듬체조의 불모지에서 태어나 올림픽 메달까지 넘본 손연재에게는 비난보다는 칭찬이 더 어울린다.

손연재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후프(18.216점)-볼(18.266점)-곤봉(18.300점)-리본(18.116점)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그쳤다.

금, 은메달은 예상대로 리듬체조 세계 최강 러시아의 ‘투톱’인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에게 돌아갔다. 동메달은 러시아의 이웃 나라인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에게 돌아갔다.

손연재는 결선에 오른 10명 중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마리나 두룬다와 함께 유이한 아시아 선수였다. 아제르바이잔이 지리적으로는 동유럽에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아시아 선수는 손연재뿐이었다.

사실 리듬체조 종목은 러시아·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관왕에 빛나는 시몬 바일스를 앞세워 세계 최고의 기계체조 강국으로 우뚝 선 미국조차도 넘보지 못하는 종목이 바로 리듬체조다.

전통적인 스포츠 강국인 중국, 일본, 영국마저도 결선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종목이다.

실제로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까지 리듬체조 종목에 걸린 39개의 메달 가운데 단 2개만이 유럽을 제외한 대륙의 선수에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가 불참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중국계 캐나다 선수 로리 펑이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낸 정도다. 단체전에서도 중국 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 전부다. 아시아 선수가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사례는 지금까지 누구도 없었다.

우선 아시아 선수들은 신체조건에서 불리한 편이다.

리듬체조는 신체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종목이다. 아무래도 긴 팔과 긴 다리, 유연성이 탁월한 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신체적인 유불리를 차치하고라도 리듬체조의 뿌리 깊은 전통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다른 국가 선수들은 러시아·동유럽 선수들에게 상대되지 않았다.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영재 교육, 챔피언이 챔피언을 길러내는 선순환 구조는 다른 대륙 선수들에게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국내 훈련만으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2010년부터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이어갔다.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예브게니야 카나예바를 키워낸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손연재는 러시아의 생소한 훈련 환경에 적응하려 애썼고, 세계적 기량의 러시아·동유럽 선수를 뛰어넘으려 이를 악물었다.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텃세와 외로움을 견뎌낸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손연재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당당히 메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손연재가 성장한 폭만큼 다른 러시아·동유럽 선수들도 함께 기량을 키워갔다. 이미 승부는 주니어 시절부터 결정돼 있었다고 보는 게 진실에 가깝다.

챔피언으로부터 영재 교육을 받고, 주니어 시절부터 투어 대회를 다니는 러시아·동유럽 선수들과 시니어 데뷔 이후에야 러시아에서 선진 시스템을 경험한 손연재는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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