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간 부당거래 등 검찰 수사 전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은 그룹 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경기도 양평군 인근의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전날 밤 9시께 용산 자택에서 외출한 뒤 귀가하지 않았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남긴 유서 등 물품을 수거하고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지문을 분석 중이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검찰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고 고인에 애도한다"며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973년 롯데그룹에 입해 롯데그룹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정책본부장 등을 지낸 이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정책본부를 총괄했던 인물이자 신동빈(61)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롯데그룹 수사를 위해 반드시 조사가 필요한 인물이었다.
검찰은 당초 이 부회장을 상대로 그룹 계열사간 부당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배임 혐의와 롯데건설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추궁할 계획이었다.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전날 황각규(61) 롯데쇼핑 사장을 불러 이튿날 오전까지 밤샘 조사를 벌였다.
이 부회장의 자살은 그룹 경영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에서 소유주 일가를 제외하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20년재 롯데쇼핑을 이끌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당초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었지만, 지난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경영권 분쟁 당시 '신동빈 체제'를 지지했다.
이 부회장은 또 2007년부터 정책본부 산하 운영실과 지원실, 비서실 등 핵심 7개 부서를 거느리며 크고 작은 그룹 현안에 일일이 개입해 왔다. 앞으로 소유주 일가의 경영권 갈등 구도는 물론, 그룹 조직 개편 문제도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