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불을 지핀 제3지대 논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번지는 모습이다. 물밑에서는 정계 거물들을 중심으로 타이틀 선점을 위한 이합집산이 펼쳐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최근 회동을 가졌고,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은 독자적 세력화를 위해 창당 작업에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와 7일 만나 함께하자는 뜻을 내비쳤고, 새누리당 주류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도 이에 질세라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도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를 담보로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특히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행보가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제3지대론은 비주류의 일원이거나 주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론이다. 대안론은 불안을 양분으로 삼아 열매를 맺는다. 종교적 탄압을 피해 드넓은 미국 땅으로 이주한 영국 이민자와 같이, 이들은 제3지대를 자신들의 신대륙으로 여기며 하나둘씩 발을 걸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제3지대라는 신대륙의 토양을 구축하는 논리는 새롭지 않다. 당권 경쟁에서 밀려나고, 선거에서 떨어진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이 주연을 자청한다. 지역이나 당의 이해관계, 혼자만의 대세론 등 낡아빠진 근거를 무기로 꺼내며 착각하는 모습이 서글프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된 채 새로운 이념과 방향, 콘텐츠 없이 마련된 새판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도 난감하다. 단지 양분된 시장의 구조에 기대 상품 설명도 없이 신제품을 팔려는 속셈으로는 어떤 감동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제3지대가 반복됐지만 결국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