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개호 “김영란법,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어촌 피해는 FTA보다 더 큰 충격”

입력 2016-09-23 10:31수정 2016-09-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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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농어촌의 피해를 우려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하면서도 법안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표시했다. 그는 농어민들이 김영란법에 대처하기 위해 자구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부와 사회 일각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김영란법이 필요하지만 농·어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김영란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농·어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란법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농·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추석연휴 동안 만난 지역구 주민들의 우려를 전했다. 그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자는 국민의 열망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농산물 판매라는 현실의 괴리가 생각보다 크다. 도시에서 김영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농·어촌의 고민을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지역에서 민원 형태로 시행되던 전통적 ‘정치 서비스’의 변화에도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김영란법은 소위 정치 서비스도 배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 상당히 우려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고 바람직한 측면도 있지만, 정상적인 정치 서비스는 국민들의 민원 처리가 선출직 공직자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일부 활동이 김영란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소문에 대해 “국회의원 의정 활동도 (김영란법 대상에서) 전혀 안 빠진다”면서도 “지역 민원을 공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구 활동의 일환으로 공모나 청원을 하거나, 간담회 등은 가능하다. 알릴 때 전화로 은밀하게 해서는 안 되고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와서 공개적 취지로 발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김영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농축수산물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에 대한 금품수수 규제 적용을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값 싸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손해를 안 보도록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나 사회 일각에서도 함께 동참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제도를 받아들이되 좀 유예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3년간의 유예 법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책이 농·어촌 현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고 일방적으로 피해 보는 것을 막을 수 있나 생각해야 한다”며 “예컨대 회식 문화도 바꿔야 한다. 외국처럼 더치페이 문화로 바꿔서 자기 밥은 자기 돈 내고 먹는 그런 문화로 바꿔야 한다. 관행을 바꾸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 농산물 몇 가지 품목들은 전적으로 선물에 의존하는 것이 있다”며 “영광굴비, 완도전복, 충남금산 인삼, 축산 갈비 등의 경우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다. 농어촌연구원 분석을 보면 연간 피해액이 8000억~9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김영란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맑은 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만큼 절대 동의한다. 반드시 시행돼야 하고 뿌리 내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이런 호기를 잡기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 경제가 되면 경쟁력이 필요한데 결국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고 그 근본은 투명성”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영란법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안 되고 있는 것은 피부로 실감을 못 하기 때문인데, 실감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우리가 관행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민들도 ‘우리가 좋은 취지의 법안이 국가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그런 노력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자연스레 논의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의원은 “당은 그대로 시행해보면서 바꿔 나가자고 했다”면서 “비대위원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발언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지도부에서 반대했다. 하지만 일단 시행하고 결과를 보면 언젠가는 중요한 논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여당은 농촌 출신이 많아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발의할 때 여당 의원 협조를 구한다. 우리당은 (농촌 출신이) 저하고 안호영 의원 두 명밖에 없다. 농촌을 대표할 의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의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강석호·김종태·이완영 의원은 수수금지 금품 등의 기준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을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김태흠 의원은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대상별로 적용 시점을 차등화해 4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선 법을 우선 적용하고, 5급 이하 공무원과 교직원, 언론인 등에 대해선 적용 시점을 1년 6개월 동안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완영 의원의 개정안은 형평성 문제에 결함이 있어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태흠 의원의 개정안은) 지금 대형 부패가 상위직에서 발생해 4급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패는 하위직에서 발생한다. 사회적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김영란법과 함께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 수행금지를 위해 이해충돌 방지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해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강화할 수 있다. 맑은 사회를 만든다는 데는 다 동의한다”면서도 “특정 분야와 특정 계층, 특정 직업군에서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농축수산물에 대한 금품수수 기준인 3·5·10 규정(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에 대해 “선물의 경우 현실적으로 좀 낮다는 농촌의 여론이 분명히 있고, 저는 기준가액이 선물에 대해서는 조금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식사 3만 원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정식·일식집을 갔다고 하면 3만 원을 초과할 수 있다”며 “간편식사를 하는, 소위 말해 식사 관행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경조사비 10만 원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정됐으니 따르겠지만 생각 밖으로 크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로 농촌에 가면 경조사비를 10만 원 하는 사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포함에 대해서는 “언론이 사회적 기능을 한다는, 공공기능을 하는 공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언론인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세워준 일이지만 그게 적절한가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 기자를 빼자는 사람도 있는데 언론에 대한 포퓰리즘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의원은 5만 원 이하의 선물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격은 ‘범위 내에 받았습니다. 확인했습니다’라고 써진 스티커를 붙여서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농협조합장들에게 출하할 때 스티커를 전부 붙이라고 했다”며 “그래야 받는 사람이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 이개호 의원은

재선인 이 의원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구를 두고 있으며 행정고시 출신으로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운영담당관,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광양·목포·여수 부시장, 전남도 관광문화국장·자치행정국장·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전남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당내 행정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화 방안을 비롯해 쌀 관세화, 한중 FTA 등의 현안에서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농촌 전문가로 자리 매김했다.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어촌 피해를 우려해 3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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