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기업 실적부진·주가하락 ‘이중고’…코스닥 36거래일 연속 600선
코스닥 중소형주의 약세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중순부터 기관들의 대형주 순매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코스닥 지수의 하락이 당분간 불가피한 실정이다.
10일 현재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41포인트(0.21%) 내린 674.48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4월만해도 8개월 만에 700선을 회복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8월 16일 698.87로 700선이 붕괴 이후 무려 36거래일 연속 600선에 머물고 있다.
올 초 성장세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은 중소형주의 주가 하락은 중소기업 상생 측면에서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해석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나서 주요 기관의 투자 현황을 조사하기까지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코스닥 시장 부진의 원인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대형주 집중 현상을 거론했다. 특히, 브렉시트(Brexit)와 한반도 사드(THADD) 배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코스피 쏠림 현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중소형주 부진의 책임을 외국인, 기관에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대형주의 나홀로 성장은 하청기업에 대한 이른바 ‘단가 후리기’ 등 산업 전반적인 병폐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청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이른바 ‘단가 후리기’가 만연하고 있다”며 “말로만 중소기업 상생을 외치고 있고, 불공정거래 관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실적 부진을 타개할 묘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가 중소 하청업체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성장 속에서도 관련 부품주들의 실적이 저조했다는 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사태에도 주가 급락과 실적 부진은 관련 부품주들의 몫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겪었다고 답한 하청기업이 전체 9만5000개 중 절반에 가까운 49.1%에 달했다.
문제는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에도 중소기업들이 정당한 인상 요구를 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데 있다. 대기업 실적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들이 거래 단절 등을 이유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2, 3차 벤더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한편,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대형주의 상승 곡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응한 중소형주 부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관련해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대형주 주가의 강세를 이끌 것”이라며 “중소형주의 3분기(7~9월) 실적이 대체로 예상을 하회하는 경향이 있어 대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