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가 갤럭시노트7 사태 여파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추락하자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삼성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삼성의 주가는 지난 3거래일간 큰 폭으로 떨어지며 201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홍콩 TT인터내셔널과 노르웨이 스카겐은 발을 빼기는커녕 되레 지분을 늘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TT인터내셔널의 던컨 로버트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삼성에는 뛰어난 가치가 있다. 우리는 포지션을 늘렸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버트슨은 “회사가 브랜드력을 회복하는 올바른 단계를 밟지 않으면 배터리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회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계를 밟았다고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일간의 주가 하락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230억 달러(약 26조 원) 감소했다. 이는 스리랑카 주식시장 규모를 웃도는 엄청난 수준이다. 삼성의 주가 변동성이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저없이 베팅하는 모습이다.
쿠알라룸푸르 소재 아핀 황 에셋매니지먼트의 카르 첸 차우 펀드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삼성은 이 사태를 비교적 상처받지 않고 극복할 것이다. 영향은 있어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 보유주를 늘리기 위해 현재의 주가 하락 국면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11일, 발화 문제로 지난달 리콜을 발표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생산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교환 제품도 발화했다는 고객의 보고서에 대응한 것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달 7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1일에는 8% 하락하는 등 며칠 새 널을 뛰었다. 12일에도 0.7% 하락, 사흘 간의 하락률은 2012년 5월 이후 최대인 10%에 달했다.
스카겐의 크누트 게제리우스 펀드매니저는 “최근 주가 하락은 매력적인 투자의 진입점으로, 장기 투자자에겐 매수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의 배터리 문제는 단기적인 문제일 공산이 크고,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의 분사와 특별 배당을 요구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자회사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도 12일 성명을 통해 “삼성은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월드 클래스의 브랜드를 유지할 것”이라며 삼성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양사는 성명에서 “갤럭시노트7을 둘러싼 최근 이슈들은 불행한 일이지만 삼성이 월드 클래스 브랜드와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기업이란 점은 우리의 견해를 약화시키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리더십(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기법을 적용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초기 대응 방안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엘리엇의 삼성 투자를 전담하는 자회사들이다. 이들의 성명은 삼성이 배터리 발화 사고로 갤럭시노트7을 사실상 단종시키고 리콜과 시장점유율 후퇴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대폭 축소시킨 가운데 나왔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엘리엇이 삼성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종전처럼 지배구조 개편을 계속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