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EMS) 업체인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반도체 개발·설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혼하이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홀딩스와 제휴해 반도체 칩 개발·설계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기로 했다고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 수요를 예측해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ARM은 지난 9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혼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은 손 회장과 친분이 있는데다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페퍼’도 혼하이가 생산하는 만큼 이번 제휴도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에 따라 혼하이가 8월 인수한 샤프까지 가세한 혼하이·소프트뱅크 연합이 조성돼 새로운 협력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혼하이와 ARM은 반도체 개발·설계센터를 중국 선전에 설립할 예정이다. 혼하이는 여기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를 고객사 제품에 탑재하거나 다른 반도체 기업에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은 ARM에서 기술 라이선스를 공여받았으나 아예 설계 과정부터 참여, 자동차와 산업 기기용 반도체 등 IoT 분야에 사용하는 고도의 반도체 개발에 적용할 셈이다.
혼하이가 이처럼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최대 고객인 미국 애플의 성장이 둔화한 영향이 가장 크다. 혼하이는 애플의 아이폰 수주로 급성장했지만 최근 애플이 성장이 둔화하면서 신규 사업 발굴이 절실해졌다. 이에 샤프 인수를 통해 LCD 패널 사업을 손에 넣었고,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의 기업 인수·합병(M&A)과 제휴에도 팔을 걷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