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투자위원회(CFIUS)가 중국 자본의 독일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독일기업 인수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FIUS는 지난 18일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Aixtron) 인수안에 대해 “미국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인수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아익스트론은 CFIUS가 ‘모든 거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도 해당 거래 절차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익스트론 측은 오바마 대통령에 이번 인수를 허용할 것인지 막을 것인지 15일 내로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CFIUS의 이번 결정은 독일 정부가 지난달 21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두 회사의 인수계약 승인을 철회하고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FGC는 지난 5월 아익스트론을 6억7000만 유로(약 8376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었다.
업계에서는 독일과 미국 당국의 인수 반대는 최근 서구권 정부가 중국의 기술·정보(IT) 기업 쇼핑 행보에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은 최근 안보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번 푸젠 인수건처럼 자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이 아니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미 당국이 아익스트론의 제품들이 군사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고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이 아익스트론의 설비를 핵 프로그램을 위한 반도체 칩 생산에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아익스트론은 현재 수년째 갈륨나이트라이드(GaN) 기술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미국 군사기술업체들에 판매하고 있다. GaN 소재의 전력 반도체는 모듈에 냉각 장치를 최소화해 탑재할 수 있고 소형화·경량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현재 GaN 기술을 바탕으로 무기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