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신체를 과하게 노출한 사람을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경범죄처벌법은 '여러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경우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규정에 대해 "무엇이 지나친 알몸노출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라는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 밖에 없는 주관적인 감정이라는 것이다.
다수의견을 낸 7명의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출이 허용되지 않는 신체부위를 예시적으로 열거하거나 구체적으로 특정해 이를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 상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 예로 바바리맨의 행위를 규제하려면 노출을 금지하는 신체부위를 '성기'로 특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는' 이라는 의미는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사람이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건전한 성도덕이나 성풍속을 해하는 신체노출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공원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반면, 지하철에서 어린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하기 위해 가슴을 노출한 경우는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했다. 이 때문에 부과받은 범칙금을 내지 않은 A씨는 즉결심판에 회부됐고, 벌금 5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조차 불복한 A씨가 청구한 정식재판을 담당하는 울산지법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