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덕(?)에 우승한 모중경과 박상현...‘링커투혼’ 이상희
한국남자프로골프(KPGA)는 대회수나 상금면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비교해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여자는 200억원대를 넘어섰지만 남자는 80억원대에 머물렀다.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국내 대회는 기형적인 현상이지만 KPGA는 협회와 선수들을 중심으로 많은 갤러리를 동원하고 각종 이벤트를 열며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이야기가 가득했던 올해 KPGA 코리안투어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2016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이었던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최진호(32·현대제철)는 이어진 넵스 헤리티지 2016 에서도 자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또 한번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올 시즌 첫 번째로 다승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 최진호가 우승을 차지한 두 대회의 최종 성적은 모두 17언더파 271타였다. 이 스코어에는 놀라운 숫자가 숨어있다.
시즌 첫 승을 거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최진호는 나흘 동안 버디 2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넵스 헤리티지 2016에서도 최종 22개의 버디, 3개의 보기, 1개의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최종 성적뿐 아니라 버디와 보기, 더블보기 수까지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전반기에 최진호가 KPGA 코리안투어를 이끌었다면 후반기에는 주흥철(35·비스타케이호텔그룹)이 있었다.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3라운드까지 주흥철은 선두 모중경(45·타이틀리스트)에 4타 뒤져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흥철은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 승부를 뒤집고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이후 주흥철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도 3타 차이의 열세를 이겨내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올 시즌 두 번의 우승 모두를 역전승으로 작성한 주흥철의 뚝심과 끈기가 빛나는 한 해였다.
▲‘닮아도 너무 닮은’ 최진호와 주흥철의 평행이론
이번 시즌 나란히 2승을 쌓은 최진호와 주흥철은 여러 공통점이 존재한다.
먼저 생애 처음으로 한 시즌 2승을 달성한 점이다. 2005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최진호와 2007년에 데뷔한 주흥철은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한 해 2승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두 번째는 시즌 첫 승 이후 시즌 두 번째 우승까지 걸린 기간이다. 최진호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우승 이후 35일 만에 넵스 헤리티지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주흥철 역시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최진호와 마찬가지로 정확히 35일 만에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는 우승과 우승 사이에 ‘35’라는 숫자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셋째 아들을 출산한 최진호는 아들 셋을 둔 ‘다둥이 아빠’ 로 최진호의 아들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흥철 역시 소문난 ‘아들 바보’ 다. 주흥철의 아들 주송현 군은 3년 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현재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지만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승 소감에서 항상 가족을 먼저 언급하는 최진호와 주흥철은 가정에 충실한 ‘만점 남편’ 이기도 하다.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박상현(33·동아제약)은 연장 두 번째 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박상현의 연장전 우승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 박상현은 국내에서 2번, 일본에서 1번 총 3번 연장전을 치렀지만 늘 우승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어버이날이었던 매경오픈 최종일. 박상현은 아들 박시원(3)이 만들어 준 카네이션을 투어백에 달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우승 직후 “긴장될 때마다 아들이 만들어 준 카네이션을 보면서 마음을 풀었다. 큰 힘이 됐다”며 아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우승 후 모중경은 “작은 아들이 왜 요즘은 트로피를 안 갖고 오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제 당당하게 우승 트로피를 갖고 집에 들어 갈 수 있겠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모중경은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카드 유지에 실패하며 좌절을 겪기도 했다. 1997년 데뷔한 그가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잃기는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기에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모중경은 “나이도 있고 해서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독기를 품었다”고 말했다.
모중경은 KPGA 코리안투어 QT를 5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고 매일유업오픈 2016에서 44세 8개월 23일의 나이로 우승컵을 들어올려 역대 다섯 번째로 최고령 우승을 작성했다.
SK텔레콤 오픈 챔피언 이상희(24)는 대회 시작 하루 전까지 38도가 넘는 고열과 두통에 시달려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으며 정신력으로 버텼다. 최종라운드 당시에도 어느 정도의 미열은 남아있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7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상희의 우승은 당시 ‘링거 투혼’ 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상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퍼트 라인을 보는 방법을 바꿨다. 주시가 왼쪽 눈인 이상희는 홀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대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홀을 바라보고 퍼트 라인을 읽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을 감고 라인을 볼 때도 있었다.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2016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 종료와 함께 KPGA 코리안투어 주요 수상자가 결정됐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제네시스 대상의 주인공은 최진호로 결정됐다. 이창우(23·CJ오쇼핑)가 마지막 대회였던 2016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노리며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역전을 꿈꿨지만 준우승에 머물며 제네시스 대상 타이틀은 최진호가 차지했다.
제네시스 상금왕 역시 최진호의 몫이었다. 최진호는 2016 카이도코리아 투어챔피언십전에 사실상 제네시스 상금왕을 확정 짓기도 했다.
최진호는 드라이브거리, 페어웨이안착률, 그린적중률, 평균퍼트, 평균타수의 순위를 종합해 선정하는 발렌타인 스테이트루상까지 거머쥐며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를 가장 빛낸 별로 손색이 없었다.
제32회 신한동해오픈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준우승을 차지한 김태우(23)가 생애 한 번 뿐인 지스윙 신인왕(명출상)을 차지했고 최저평균타수상(덕춘상)은 평균 69.45타의 고른 성적을 기록한 이창우(23·CJ오쇼핑)에게 돌아갔다.
KPGA 코리안투어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장타상은 187cm의 장신 김건하(24)가 수상했다. 제59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 둘째날, 드라이브 거리를 측정한 2번홀(파4)에서 무려 357야드의 날려보내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던 김건하는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거리 297.45야드를 기록했다.
2016년 KPGA 코리안투어 총 결산의 자리인 제네시스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 2016은 오는 12월 1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다.
한편, 이번 시즌부터 제네시스 대상과 제네시스 상금순위를 후원하는 제네시스는 ‘대상 포인트’ 상위 10명에게 총 3억원의 보너스 상금을 차등 지급하며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는 보너스 상금(1억원)과 더불어 고급 세단 제네시스 G80이라는 값진 전리품도 안겨줘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시즌으로 거듭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