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영향 포스코·롯데 상장 물건너가…수년째 회사채시장만 기웃 대조적
해외건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며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타 업종이 IPO(기업공개)에 적극 나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데 반해, 건설업계는 수년째 회사채 시장만 기웃거리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을 추진하던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의 상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지난해 포스코 측이 올 상반기 중 프리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프리IPO는 IPO 이전에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주로 자금조달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불거진 포스코 비자금 사건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며 검찰수사가 장기화하고,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리IPO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흡수합병을 결정하기 전에 상장 주관사 측과 별도 논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준비할 경우 기업은 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해 상장 주관사 측과 미리 협상을 진행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상장 주관사와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상장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사옥을 매각하는 등 현금 유동성으로 곤란을 겪는 것도 기업공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2008년 한 차례 기업공개를 추진한 롯데건설은 올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기업공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시장의 호조세로 실적이 나쁘지 않아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연이은 검찰조사, 경영권 분쟁, 최순실 사태 등으로 상장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SK건설 역시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기준 하향 조정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면서 상장 가능성이 회자됐지만, 아직 실적이 안정권에 오르지 못해 당분간 기업공개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SK건설 관계자는 “상장을 접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실적으로는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며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실적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상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어떤 방식으로든 상장이 가장 유력한 건설사로 꼽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사의 기업공개는 문턱이 높아서라기보다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추진되지 않고 있다”면서 “먼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실적 역시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으며 기업공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