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국내 재벌 총수 8명이 불려나간 진풍경이 연출되자 외신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한국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을 둘러싼 국정조사를 열고 대기업 재벌 총수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증언 내용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모두 8명의 총수가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엔 8명의 재벌 총수 외에도 최순실 게이트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적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임원, 재벌 문제에 정통한 지식인 총 18명이 참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총수 8명은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개별 면담했다. 이들 기업이 빠짐없이 최순실 재단에 기부한 것은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사업적 우대와 총수 사면 등의 대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석순으로 여야 의원의 질의에 답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강제성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 특혜나 총수 사면 등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이 실질적 지배한 K스포츠와 문화 두 재단에 대한 기부에 대해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다른 질문에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면세점 영업 재개에 필요한 허가 취득을 기대하고 최순실 재단에 기부금을 냈느냐는 질의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정부의 자금 협력 요청은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과 최순실 재단에 대한 각 기업의 기부액을 그래프로까지 표시하며, 한국에 수십년간 뿌리깊이 박혀온 정경유착 관행을 소개했다. 이는 기업과 정치의 암묵적 합의이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보험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가장 오래 재임한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는 점심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밤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특정사항을 조사할 목적으로 마련된다. 최순실을 둘러싼 의혹의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에 부응하는 형태로 여야가 지난달 17일, 내년 1월 15일까지 열기로 합의했다.
질의 모습은 TV로 생중계되는 만큼 허위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기소될 수 있다. 국정조사를 담당하는 특별위원회가 합의하면 동일한 인물을 청문회 기간에 여러 번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