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위스, 아일랜드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최악의 조세피난처로 선정됐다.
전 세계 빈민구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 NGO 단체 옥스팜이 최악의 조세피난처 순위를 공개했다고 11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옥스팜은 세율을 포함해 불공정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지 여부, 조세 회피를 억제하려는 노력에 협조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1위는 버뮤다 제도, 2위는 케이맨 제도, 3위는 네덜란드, 4위는 스위스, 5위는 싱가포르, 6위는 아일랜드 등이 선정됐다.
옥스팜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90%가 적어도 조세피난처 국가 중 하나에 적을 두고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 조세피난처 6위에 선정된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8월 애플이 조세 혜택을 누린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연합(EU)은 애플에 130억 유로(약 16조387억 원)의 미납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고, 애플은 이에 반발해 EU 법원에 항소키로 한 상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EU가 미국 기업을 겨냥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EU는 작년에 스타벅스에 네덜란드로부터 3000만 유로의 달하는 불법 세제 혜택을 받은 것을 토해내라고 명령했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스타벅스와 맺은 이전가격 사전 합의(APA)가 국제 기준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U는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비슷한 금액을 더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피아트는 룩셈부르크를 조세회피처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악의 조세회피처 11위와 15위로 각각 선정된 바하마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모두 지난 4월 파마나의 로펌 ‘모색 폰세카’ 스캔들에 연루된 곳이다.
옥스팜은 EU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몇 년 동안 법인세 회피 문제를 없애려 노력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OECD는 지난 1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기업 세금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협정을 통해 OECD는 OECD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은 해당 국가에서 얼마를 벌어 얼마를 세금으로 내는지를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 조항을 만들었다.
옥스팜의 에스미 벨카웃 세무 정책 고문은 “기업들의 세금 회피로 보통 사람,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는 세금 감면을 위해 경쟁하는 이 미친 레이스는 중지시켜야 하며 세계적 기업들이 공정하게 납세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