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 임직원 30여 명의 주식 차명거래를 적발하고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타인의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고 개인 투자 목적의 거래를 한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통해 미신고 계좌로 주식거래를 한 30여 명을 적발했다. 임직원 자기매매 현황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자사 MTS가 아닌 타사 어플과 여러 명의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고 거래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사들은 임직원의 불건전 자기매매를 단속하기 위해 자사 MTS 거래 기록과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한 대의 휴대전화 번호에서 여러 계좌의 거래 흔적이 발견될 경우 자체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타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거래하면 회사 차원의 감사로는 걸러낼 수 없다.
금융투자회사 표준 내부통제 기준에 따르면 임직원이 자기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때는 본인 명의로 해야 한다. 회사나 다른 금융투자회사에 지분증권 매매 등을 위한 계좌를 개설했을 때도 지체없이 준법감시인에게 신고해야 한다.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의 계좌도 신고 대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불건전 자기매매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바꾼바 있다. 현행 규정상 금융투자회사 임직원들은 매수 주식을 5영업일 이상 보유해야 하고 주식 매매 시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불건전 자기매매가 적발되면 최소 감봉 이상 조치를 받게 된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에서 대규모 미신고 계좌 이용자들이 나오는 등 아직도 업계에 자기매매가 성행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현황을 점검하고 시스템이 미비한 회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기본급이 낮고 지나치게 성과 위주인 금융투자회사 연봉 체계에서 한눈을 파는 직원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인 재산권 제한보다는 매매 수수료에 의존한 성과급 체계 개편 등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