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와 유로 가치가 등가에 거래되는 패리티 시대 도래가 임박했다고 15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이는 달러 강세, 유로 약세의 결과로, 두 통화가 1:1의 교환 비율로 거래될 것이라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 완화 기한을 연장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매수세를 키워 달러 강세를 한층 부추긴다. 16일(한국시각) 오후 3시 33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1.0443달러(약 1234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1.0411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는 2003년 1월 이후 최저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패리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옥스퍼드대 경제학과의 아담 슬레이터 교수는 “2017년 말에 패리티가 달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슬레이터 교수는 “현재 통화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통화 정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뚜렷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정책과 인프라 투자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예상되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렸다. 반면 ECB는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중이다. 8일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고 양적완화 시행 기한을 내년 3월에서 12월로 9개월 연장했다. 자산매입 규모를 내년 4월부터 현행 월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줄인다고 밝혔으나 매입 기한을 연장한 만큼 시장은 추가 양적 완화라는 해석이 더 강했다. 그 결과 한때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달러 강세에 대해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MFS의 제임스 스완슨 투자 전문가는 “트럼프가 정책을 밀고 나간다고 해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유로 패러티는 유럽 제품 가격을 낮춰 유럽 수출업자들이 혜택을 입는다. 미국에 연간 125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는 독일이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