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대부분 업종이 불황의 늪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정유ㆍ화학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특히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정유ㆍ화학업계 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11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유사의 실적은 올 초부터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유가가 안정세를 보인 데다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에 해당하는 정제 마진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1ㆍ2분기 실적에 비해 3분기에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정유 4사가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은 총 5조686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한 합산 영업이익(4조7321억 원) 규모를 넘어섰다.
4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이 15년 만에 원유 감산에 동참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이 부정적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원유 구매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의 시차로 인해 단기적인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유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7조 원의 벽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정유 4사의 합산 법인세ㆍ이자ㆍ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6조8000억 원에서 올해 8조2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 실적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영업이익은 3조394억 원으로 전년 대비(1조9795억 원) 53.5% 증가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같은 기간 100% 늘어난 1조636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화학업체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실적을 크게 웃돌고 있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해진다면,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에 따른 수혜는 물론, 중국 석탄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틸렌 생산 감소와 독일 납사분해장비(NCC)공장 폭발사고 등 글로벌 공급 부족 확대가 전망되는 것이 실적 호조의 동력이 됐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1∼3분기 누계 영업이익 1조8107억 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4분기 실적까지 합산할 경우 2조3518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LG화학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1조927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한화케미칼은 전년 대비 148.9% 늘어난 790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