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감산 여파 유가 55달러선 기대감에 트럼프 ‘인프라 투자’ 공약 주목… 원유·원자재 수출국 중심 투자 이어져 올 브라질펀드 44%·러시아 48% 등 신흥국 펀드 수익률 선진국 압도
글로벌 머니 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본격적으로 돈줄 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달러 강세로 신흥국 자금은 이탈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으로는 자금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상승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등을 고려한 자산 분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흥국→선진국’ 시작된 머니 무브 = 국제금융센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이후 한 달(11월 8일~12월 7일) 동안 신흥국 펀드에서 총 210억 달러(약 25조 원)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90억8100만 달러,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119억6500만 달러가 각각 순유출됐다.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 대부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펀드로 이동했다. 선진국 주식펀드에 총 422억7800만 달러가 유입된 가운데 특히 북미 주식펀드에 420억1500만 달러가 집중됐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25개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 규모는 전월(16억 달러) 대비 15배 이상 확대된 242억 달러다. 주식과 채권에서 각각 81억 달러, 161억 달러가 이탈했다. 인도와 태국, 대만 등 신흥아시아에서 158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남미 24억 달러, 신흥유럽 39억 달러, 중동 및 아프리카 21억 달러가 각각 유출됐다.
업계는 미국 금리인상이 선반영된 결과지만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만큼 글로벌 자금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신흥국 선별적 투자 유효 =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 이동이 시작됐지만 연준발 쇼크를 제외하면 신흥국은 관심권 안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국가의 산유량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 및 트럼프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산 합의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비(非)OPEC 회원국들까지 산유량 감산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업계는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 상단 레벨이 55~60달러 수준까지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 매수세도 여전한다. 철·비철금속 가격은 미 인프라 투자 기대와 최근 중국 거시지표 호조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파생상품 동향에 따르면 14일 기준 아연은 일간 3.88% 오른 톤당 2810달러에 마감한 가운데 전기동, 알루미늄, 니켈도 각각 0.56%(5722달러), 0.29%(1746달러), 0.26%(1만1420달러) 올라 거래를 마쳤다.
선진국으로의 자금쏠림 기조 속에서도 석유와 원자재 등을 수출하는 신흥국에 대한 선별적 투자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주요 산유국 감산으로 강화되고 있는 원자재 수출국 등 신흥국에 대한 메리트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신흥국은 국제 유가와 비철금속 강세로 인해 소재 섹터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신흥국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 확대 우려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과 미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됐던 최근 1개월 동안(12월 16일 기준) 북미와 글로벌펀드에는 각각 140억 원, 11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 중남미, 브릭스펀드 등 신흥국 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대표적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펀드는 16.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신흥국 펀드가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펀드를 압도한다. 원유와 원자재 수출국가인 브라질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4.06%, 러시아펀드는 47.69%에 달한다. 중남미와 글로벌이머징, 브릭스펀드 수익률도 각각 21.43%, 13.94%, 7.95%로 북미(3.07%)와 글로벌(1.77%), 유럽(-0.67%)펀드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유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 및 전반적인 상품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 아울러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신흥국 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