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러시아 제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제재를 연장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폐기할 것인지에 대해 “일단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존경과 영향력을 추구하지만 최근 미국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다”면서 “현 시점에선 우호적이지 않은 적국의 범주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된 것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신랄하게 비판한 서방의 안보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는 “우리의 나토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나토 동맹국이 부활하는 러시아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의 러시아 관련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대조되는 것이다. 이에 그간 논란이 됐던 자신의 친러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청문회 통과용’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틸러슨 내정자는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오랫동안 러시아에서 대형 사업을 추진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17년간의 인연을 갖고 있으며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이 때문에 틸러슨 내정자가 인준을 통과한 이후에도 이날 발언처럼 대러 강경 기조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틸러슨 내정자는 친러 이미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힘을 쏟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강경한 어조를 보였다. 특히 국제합의를 위반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북핵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또 북핵을 억제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중국이 단지 제재이행을 피하려고 북한의 개혁(핵포기) 압박 약속을 한 것과 같은 빈 약속들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더불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중국이 제재를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이 세컨더리보이콧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보이콧은 제재 대상인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기관에 대해서도 직접 제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틸러슨 내정자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히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고 말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는 증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틸러슨 내정자는 “우리는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문제 제기 없이)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