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8분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에게 "밖에서는 오히려 블랙리스트가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김 전 실장 등은) 자기네들이 소신을 갖고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해놓고 이제 와서 모른다 안했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구속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의 전임자다. 2013년 3월부터 1년여 간 장관직을 지냈다. 유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관을 그만두기 직전인 2014년 6월께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을 봤고, 그 이전에는 모철민(59) 전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구두로 문체부에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내가 본 것은 첫번째 버전이고, 그 다음에 여러가지 버전이 달라지는데 가령 문체부에서 본 버전하고 또 다른 버전하고 다른 모양이더라"며 "나도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정권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김 전 실장 주도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제 기억에 유신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 이런 리스트가 있었다"며 "민주화되며 없어진 리스트가 다시 부활하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의 윗선인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사실을 알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유 전 장관은 특검 수사가 시작될 무렵 문체부 현직 공무원들을 통해 확보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구속된 것은 그간 특검 조사를 받은 많은 청와대 수석들이 청와대 내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증언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도 특검 수사를 통해 충분히 증명될 것이라는게 유 전 장관의 생각이다.
유 전 장관은 윗선에서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하니까 니들은 시키는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문화계 인사들을 모욕하고 핍박하던 사람들이 나는 모른다 하고 그 책임은 실무자들이 져야 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어쩔 수 없이 강요로 관련 업무를 한 실무자에 대해서는 면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자기 소신과 양심을 어겨가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