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원유시장의 블랙스완으로 급부상했다.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경고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유가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블랙스완은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한 번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한다.
원자재 투자 전문기관인 미국 어게인캐피털의 존 길더프 파트너는 CNBC에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국제유가가 소폭 랠리를 펼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2% 오르면서 3주 만에 최고로 올랐다. 이날 국제유가 랠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이어 러시아까지 감산 이행에 나섰다는 소식 등의 영향도 있었으나 시장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과의 갈등이다.
이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이란을 정조준했다. 그는 “이란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2231호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오바마 행정부 간에, 또 이란과 유엔 간에 체결된 여러 협정을 나약하고 효용이 없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면서 “이란은 이들 협정을 체결해 준 미국에 감사해 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을 조롱하면서) 대담해 하고 있다. 우리는 공식으로 오늘부로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통보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7월 이란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 핵개발 중단에 합의했다. 이란은 그 대가로 서방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2015년 핵협상 타결 이후 갈등이 누그러지는 듯했던 미·이란 관계가 다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란을 이라크와 시리아 등 6개국과 함께 테러위험국으로 분류하고 미국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이란은 테헤란 동쪽 셈난 인근에서 사거리 1㎞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를 했다.
이미 바클레이스는 지난달 이란과 미국과의 갈등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올해 13가지 블랙스완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미국 의회가 핵협상을 지지하고는 있으나 이란과 미국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이란 에너지 산업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바클레이스는 지적했다. 바클레이스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다시 진행돼 이란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미국의 제재 위협만으로도 이란의 원유 산업에 필요한 투자가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면 페르시아만의 주요 원유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폐쇄돼 단기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바클레이즈는 전망했다.
이번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은 유가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고 길더프는 지적했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어디까지 몰아붙일지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원유컨설팅업체 립포원유협회의 앤디 립포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도발을 언급할수록 대이란 제재가 추가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이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