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 지분 50.1%를 소유하게 돼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고 밝혔다. 동화 측은 호텔신라가 풋옵션 행사 후 채무자인 김기병 회장이 주식을 재매입하지 못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도록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동화면세점에 따르면 주식매매계약서는 김기병 회장이 보유한 동화면세점 주식 19.9%(35만8200주)를 호텔신라에 600억 원에 매각하되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김 회장은 풋옵션 상환을 담보하려고 자신이 보유한 30.2%(54만3600주)의 주식을 추가로 호텔신라에 담보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별도의 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담보주식 30.2%에 대해 질권을 설정했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3일 풋옵션을 행사했고 김 회장은 같은 해 12월 18일까지 715억 원을 호텔신라에 상환해야 했지만 주식을 재매입(상환)하지 않았다. 715억 원은 주식매매대금 600억 원에 3년7개월간의 이자 115억 원(연 5% 적용)을 합한 금액이다.
김 회장은 “평생을 바쳐 일군 동화면세점의 과반수 지분을 넘기는 것이 몹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라 풋옵션 담보로 맡긴 주식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는 의사를 호텔신라에 12월 16일 전달했다. 이와 관련 동화 측은 “주식매매계약서 제4조3항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풋옵션을 행사한 후 기한 내 주식을 재매입하지 않으면 김 회장은 호텔신라에 맡겨놓은 담보주식 30.2%를 호텔신라로 귀속시켜야 하며, 이 경우 호텔신라는 일체의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화 측 주장대로라면 호텔신라는 기존에 사들인 주식 19.9% 외에 담보주식 30.2%를 추가로 취득하게 돼 동화면세점의 지분 50.1%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잔여지분 49.9%만 가져 경영권은 호텔신라에 넘어간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담보주식이 질권으로 설정 돼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 법적으로 다시 되돌리거나 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가 되면 벌어질 상황들이다. 동화면세점은 중소·중견 면세점에 속해 사실상 대기업인 호텔신라가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문의 결과 관세청은 양측의 이견 조율이나 호텔신라의 최대주주 등극 후 지분 처리 등 상황의 진행 여부를 지켜본다는 견해이나,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가 되면 대기업 계열사가 돼 특허 면허가 취소될 것이란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호텔신라가 추가 취득하게 되는 지분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동화면세점이 비상장사여서 시장가치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우나 동화면세점의 주당순자산가치(BPS) 3만2769원(2015년 기준)을 토대로 한 호텔신라 지분 50.1%의 가치는 295억5100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50%를 더하더라도 호텔신라가 동화 측으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공시한 788억 원에는 크게 모자라다.
더군다나 신규 진입한 대기업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대규모 적자를 낼 만큼 시내면세점은 포화 상태여서 제값을 받을지도 불투명하다. 아울러 호텔신라가 지분을 매각하려 해도 중소·중견 기업군으로 매수자가 좁혀진다는 제약도 있다.
이에 호텔신라 측은 동화면세점을 맡아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이며 담보주식 취득이 아닌 원채무자인 김 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애초 변제의 의무가 동화면세점이 아니라 김 회장 개인에게 있는데다, 눈에 보이는 개인 재산이 명백히 존재해 채무를 갚을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호텔신라가 말하는 개인 재산이란 김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롯데관광개발 지분이다. 김 회장은 롯데관광개발의 최대주주로 43.55%(1976만8171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일 종가 기준 주당 7510원으로, 김 회장 보유 주식가치는 1485억 원 규모다. 호텔신라는 오는 23일까지 김 회장이 대상주식을 매수할 의무(콜옵션)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상환받는 방향으로 협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