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맞은 황영기 “기울어진 ‘규제운동장’ 바로잡겠다”

입력 2017-02-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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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비해 차별받는 증권산업…법인지급결제ㆍ외국환업무 허용해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6일 취임 2주년을 맞아 마련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투자협회)
“올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원년으로 삼아 은행 등 다른 국내외 금융기관에 비교해 차별받는 증권업 규제를 해소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입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일갈이다. 황 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증권사는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권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황 회장은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을 위해 대표적인 불합리 규제인 법인 지급결제와 외환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구체적인 사례로 황 회장은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 규약에 묶여 이미 허용된 법인 지급결제 업무조차 못하고 있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사례”라며 “증권사들이 3375억원의 비용을 내 지급결제망에 참가했음에도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법인 지급결제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황 회장은 은행권을 겨냥해 발언 수위를 높였다. 황 회장은 “지난해 내내 정부 당국에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금융결제원 규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임에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은행권이 배후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증권사가 외국환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사례로 꼽았다. 그는 “현행 외환관리법상 증권사는 투자 목적의 외환 업무 외에 다른 외국환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핀테크업체와 카드사들도 할 수 있게 된 외환 업무를 유독 증권사에만 허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여기에도 외국환 업무가 은행의 고유 업무라고 여기는 은행권의 알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황 회장은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경쟁하려면 위해 국내 금융규제를 해외 수준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규제 환경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할만한 수준이 안된다”며 “오는 5∼6월에 국내외 균형발전 로드맵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에 제시, 하반기에 규제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황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탁업법 별도 제정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업권(은행권)에서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은행업과 증권업을 ‘농사꾼’과 ‘사냥꾼’에 비유하며 “농사꾼이 수렵에 나서고 사냥꾼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는 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회장은 파생상품시장과 관련해 “지난 5년동안 파생상품시장에 일어난 비극을 생각하면 화가 날 지경. 거의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처참한 생각이 든다”고 표현 수위를 높였다. 그는 “시장의 과열방지를 위해 과속방지턱을 도입했는데, 턱이 너무 높아서 차가 그 앞에 서버리는 수준”이라며 “정상적으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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