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 기업금융부 기자
현재 금융당국은 올해 10월을 목표로 신탁업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데, 각 시중은행 경영진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기존의 영업 방식으로 수익성에 한계가 온 은행산업의 신(新)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신탁업 진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기울어진 운동장론(論)’을 거론하며 은행들이 남의 밥그릇에 기웃거린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한다며 증권업에 ‘겸업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데 반해, 은행업에만 여전히 ‘전업주의’를 고수, 룰이 불공정하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금융산업 양대 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갈등에도 은행업권의 신탁업 진출을 바라보는 일반 은행원들의 생각은 경영진과 많이 다르다.
실제로 영업 일선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취급하는 은행원들은 신탁업까지 취급할 경우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ISA 수익률 제고, 계좌 수 확대 등 실적주의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신탁업 특성상 고객에게 일일이 투자 전략과 상품 포트폴리오 변경 등에 관한 구체적인 동의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자산운용 관련 부서와 신탁부서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내부 분위기 탓에 각 시중은행 ISA 담당 임원은 경영진 수뇌부와 실무 직원들 양쪽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겸업주의를 하면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보험·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어 편리성이 높아진다”는 하 회장의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견도 내부 구성원의 지지 없이는 추진 동력이 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