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사실상의 1000만 대 클럽 진입…곤 “IT 대기업과 합종연횡 추진”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자동차 회장 겸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가 2선으로 후퇴했다. 닛산은 23일(현지시간) 곤이 오는 4월 1일자로 사장 겸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공동 CEO가 곤의 자리를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닛산을 경영하게 된다.
지금까지 닛산의 ‘카리스마 경영자’로 회사는 물론 자동차산업과 일본 경제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던 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은 닛산이 제2의 변혁에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풀이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CEO에 관심은 없는가”
곤 회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GM의 재건이 경제 중대사로 부각됐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기도 했다. 결국 곤이 거절했지만 그만큼 높은 평가를 세계적으로 받고 있던 것이다. 그 이전에 경영 부진에 빠졌던 포드도 곤 회장에게 CEO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닛산에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가 된 곤에게 업계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은 당연했다.
곤은 프랑스 르노로부터 지난 1999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닛산에 파견됐고 2001년 사장 겸 CEO의 자리에 올랐다. 신문은 카를로스 곤의 특징을 ‘3개의 C’로 정리했다.
닛산에서 전권을 장악한 뒤 오랜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코스터 커터(Cost-cutter)’로 불리는 과감한 비용 절감을 추진했다.
두 번째 C는 민족적 편견이 없는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적인 면모다. 그의 할아버지는 레바논에서 브라질로 건너간 이민자다. 곤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과 프랑스 등에서 자랐다. 취직한 이후에도 항상 무대는 세계였다. 유럽 타이어업체 미쉐린에 있을 때는 브라질이나 미국에서 일했다. 닛산에 들어가고 나서도 비행기로 세계를 누비며 중국, 러시아 등의 파트너와 협상에 나섰다. 닛산 경영에서도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능력과 자질에 따라 등용했다.
마지막은 ‘카리스마(Charisma)’다. 헌신을 강조하며 경영 개혁을 이뤄내 직원들로부터 신뢰와 구심력을 쌓았다. 그 결과가 사실상의 1000만 대 클럽 진입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르노닛산이 지난 8일 발표한 2016년 전 세계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996만1347대. 지난해 품에 안은 미쓰비시자동차를 감안하면 독일 폴크스바겐, 도요타, GM 등 세계 3대 자동차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자동차 제국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지금의 자동차산업은 덩치가 크다고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곤 회장이 지금까지 추진한 제휴 전략은 자재 조달 비용과 연구ㆍ개발(R&D) 비용의 절감, 글로벌 판매망의 효율적 활용 등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친환경자동차 등 가파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고립될 우려가 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이제 1000만 대라는 규모를 손에 넣은 만큼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2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곤 회장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의 보급으로 새로운 합종연횡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향후 IT 대기업을 비롯해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연합(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차) 전체적으로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곤 회장에게 남은 최후의 과제는 자신 이후에도 이 르노닛산이라는 독특한 연합체제가 잘 굴러가도록 후계 구도를 잘 정립하는 것이다. 곤 회장은 “나는 앞으로도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의 회장직을 계속한다”며 “기업연합 전체의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