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8일 미래전략실(미전실)의 공식해체와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변환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공식 발표했다.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공언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전실은 5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전실은 계열 사업 전략과 인사ㆍ감사 등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삼성그룹을 움직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임원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더불어 윗선의 신임을 받고 있어서 그룹 내 다른 조직보다 1~2년 정도 일찍 진급한다. 삼성에서 출세하려면 미래전략실을 거쳐야 한다는 게 정설처럼 통한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전실은 1959년 5월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선대 회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비서실이 뿌리다. 비서실은 초기 20여 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에 불과했지만 1970년대 들어 삼성이 커지면서 비서실 규모와 권한도 커졌다. 이건희 회장 대에 이르러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을 거쳐 명칭이 바뀌었다.
이후 삼성그룹은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및 주요 사장단이 불법 경영권 승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되자 구조조정본부의 후신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인 2010년 그룹 컨트롤 타워가 다시 부활했다. 앞서 해체한 전략기획실을 미래전략실로 명칭만 바꿔 신설한 것이다. 이 회장 중심의 수직적 체계 기틀을 다시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미전실은 전략·기획·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 등 7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임직원 200여명이 근무한다.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미전실장은 이학수, 김순택, 최지성 부회장이 차례로 맡았다.
미전실은 전 계열사의 인수합병(M&A)과 경영계획의 수립과 집행, 인사와 감사 등 그룹 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지주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림으로써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지만 '실체없는' 조직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미전실 해체에 따라 그동안 미전실이 담당하던 채용, 인사, 투자, 인수합병(M&A), 경영진단, 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 결정은 계열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미전실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삼성그룹의 이름으로 진행하던 수요 사장단회의도 폐지된다.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등의 행사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