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적으로 마을 공동체 가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나치게 서울 중심, 대도시 중심이었던 생활문화가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가꾸고 즐기자는 쪽으로 변하고 있어 반갑다. 동네 주민들이 연극 공연을 하고 밴드나 합창단을 결성해 발표회도 열면서 또 다른 삶을 창조해가는 모습들이 건강하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독특한 색깔과 향기로 가꾼 동네 문화는 획일화된 상업 문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육아공동체 마을이나 교육공동체 마을, 귀농·귀촌 마을에서 삶의 역사를 다시 쓰는 사람들도 참 용감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시집 전문 서점이나 아동 도서 전문 서점, 고양이 책방, 밤에는 바(bar)로 변신하는 서점 등 동네 서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각종 독서 모임이나 소모임, 작가의 강연, 세미나, 전시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동네 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로 동네 서점의 책을 사 주고, 주민들이 서점에서 새 책을 대출받아 반납하면 도서관에 자동으로 그 책을 등록해 주는 제도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재산이라고 하면 흔히 돈이나 집, 자동차만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동네의 모든 문화·체육 시설, 공원, 교량, 지하철역, 편의 시설이 모두 다 우리 ‘가족자원’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을 사려고 아등바등할 일이 아니다. 동네 주변의 훌륭한 자원이나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돈 버는 지름길이다. 아파트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공동 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서로 양보하며 질서를 지키는 것이 우리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이다. 내가 낸 세금이 줄줄 새는 현장이나 뉴스를 보면 화가 나다가도 이런 복지를 누리면 세금 낸 보람이 있다.
이제 노후에도 여가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환경과 ‘그 무엇’을 발견했으니 동네에 있는 가게들을 더 자주 이용하고 즐기며 나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이들이 자주 안 찾아온다고 서운해할 필요도 없고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멀어졌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동네에서 삶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고 이웃과 서로 나누며 보람을 느끼는, 우리 부부의 노후를 그려보며 잠시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