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9조 원을 들여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자 인텔이 17조 원을 투자해 이스라엘 자동차 기술회사를 사들였다. 각각 차량용 인포테이먼트와 자율주행 기술 업체로 성격은 좀 다르지만, 미래형 자동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인수 의미는 일맥상통한다.
반도체 라이벌 삼성전자와 인텔이 미래 자동차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들 기업은 성장 정체기에 있는 PC와 모바일 시장의 대안으로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전장시장 규모는 2015년 2390억 달러(274조 원)에서 2020년 3033억 달러(348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차세대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대규모 인수ㆍ합병(M&A) 등을 앞세워 경쟁에 돌입했다. 인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회사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 달러(약 17조6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나온 최고가 계약이자,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이다.
모빌아이는 반도체에 기반한 자동차용 카메라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다. 이미 자동차용 반자동 주행 기능은 상용화됐고, 지금은 무인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는 모빌아이의 카메라를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 5G 무선모뎀 등과 결합해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빌아이 기술이 자율주행차의 ‘눈’이 되고 인텔이 ‘두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PC용 두뇌인 CPU 시장 절대 강자였던 인텔은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며 다소 고전해왔다. 이에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년간 시장을 탐색해왔는데, 그 결론이 자율주행차 시장이다.
자율주행차 공략은 삼성전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독일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자사 ‘엑시노스(Exynos)’ 프로세서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엑시노스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특화해 2~3년 뒤에 나올 아우디 차세대 자율주행차 모델에 공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 인수도 완료하며, 단숨에 글로벌 톱 수준의 전장기업으로 도약했다. 하만은 자동차 오디오를 비롯한 전장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삼성이 보유한 혁신적 기술들을 하만의 전장 제품에 접목하고 구매, 물류,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만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인텔은 PC와 스마트폰 시대 라이벌을 넘어서 자율주행차를 필두로 한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