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범후 출렁임 심화..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프록시 통화역할도..수출경쟁력 키워야
원화 실질실효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금융위기 이후 9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폭도 조사대상국 61개국 가운데 4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이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미 연준(Fed)의 금리인상에 따라 원화가 요동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설 때라는 지적이다.
월별 상승률도 멕시코(5.07%), 남아프리카공화국(3.13%), 베네수엘라(2.90%)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반면 주변국인 일본은 0.95% 올라 18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오히려 0.94% 떨어져 61개국 가운데 하락률 상위 9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엔·원 실질실효환율은 148.42로 2015년 12월 153.61 이래 1년2개월만에 가장 높았고, 위안·원 실질실효환율도 93.37로 2014년 9월 94.4 이후 2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승세는 2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월대비 40.18원(3.4%) 급락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4월 40.7원(3.4%) 하락이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년들어 16일 현재까지 원화절상률은 6.7%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과 연준의 연말 금리인상 기대로 작년말 약세를 보였던 것을 빠르게 되돌림하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중국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에 대한 프록시 통화 성격도 있는 것 같다. 원화가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거래비용이 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비해 환율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다. 기업들도 환헤지 전략을 세우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내성을 키울때”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원화 절하를 이유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실효환율을 보면 많이 고평가돼 있는 상태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제부진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정치불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강세요인으로 꼽혔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고 있어 원화가 약세를 보일 요인은 많다”면서도 “외국인이 올들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는 것을 보면 한국 경제에 대한 취약성에 대해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보지 않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원화가 엔화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경쟁력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