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개발 전문약 판매 법인 제일앤파트너스 설립..제일헬스사이언스와 새 먹거리 발굴 시동
제일약품이 창사 이후 59년만에 가장 파격적인 조직 변화를 시도한다. 일반의약품, 상품, 자체개발 전문의약품 등을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내실있는 성장을 도모한다.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남의 제품’에 의존하는 허약한 체질을 탈피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지난해 12월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제일약품의 100% 자회사인 제일앤파트너스는 제일약품이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의 영업을 전담한다. 대표이사는 제일약품에서 34년간 영업 업무를 담당한 ‘영업통’ 유승철 전무가 맡는다.
제일약품은 지주회사체제 전환도 예고했다. 지난 1월 신설회사 제일약품(가칭)과 존속회사 제일파마홀딩스(가칭)로 분할하는 내용의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지난 21일 제일약품에 대한 주권 분할 재상장 예비심사 결과 적격 판정을 내렸다.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안건이 통과되면 제일약품은 6월부터 제일파마홀딩스, 제일약품,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앤파트너스 등 4개 법인으로 분리된다. 지난 1959년 설립 이후 가장 큰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제일약품의 파격적인 조직 개편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제일약품의 매출은 6161억원으로 국내제약사 중 10위권에 랭크됐지만 ‘실속이 없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 대행으로 올리는 상품매출이 차지했다.
제일약품의 매출은 지난 2006년 2671억원에서 10년 동안 130.7% 늘었는데, 같은 기간 상품매출은 1204억원에서 4327억원으로 259.4% 늘었다. 매출보다 상품매출 성장률이 2배 가랑 높았다.
제일약품이 직접 생산하는 제품으로 올리는 제품매출은 2006년 1316억원에서 지난해 1808억원으로 37.4% 증가하는데 그쳤다.
회사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45.1%에서 10년만에 70.2%로 치솟았다. 제일약품의 매출 중 30% 가량만 직접 생산하는 제품이라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외형을 확대해왔지만 내실이 부족한 '허약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1368억원), 통증치료제 ‘리리카’(600억원),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377억원) 등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제품들은 화이자가 개발한 ‘남의 제품’으로 포진됐다.
다른 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특성상 수익성도 좋지 않다. 지난해 제일약품의 영업이익은 101억원으로 매출 대비 1.6%에 불과하다. 지난 5년간 단 한번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5%를 넘지 못했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던 2015년 영업이익률도 2.2%에 그쳤다. 신약개발 활동도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 지난해 제일약품이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입한 비용은 223억원으로 매출의 3.62% 수준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제일앤파트너스는 제일약품이 기존에 취약했던 자체개발 의약품의 회생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출범하는 셈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상품, 제품 모두 영업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각 사업별 전문 마케팅과 영업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 별도 법인에서 각 사업을 담당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일헬스사이언스가 담당하는 일반의약품 영역은 제품력 이외에도 차별화된 영업력이 크게 좌우한다. 전문 유통조직도 구축해야 한다. 2015년 기준 제일약품의 일반의약품 매출은 349억원으로 회사 매출 5947억원의 6% 수준이다. 파스류 '케펜텍'이 간판 제품으로 일반의약품 매출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제일약품은 파스 생산 공정을 리모델링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내놓는 전략으로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의약품도 상품 영업과 제품 영업을 분리한 이유도 서로 다른 영업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는 상품 영업의 경우 원 개발사의 지휘를 받는 수동적인 영업활동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반면 자체개발한 의약품을 판매할 때에는 직접 마련한 학술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경쟁이 치열한 복제약(제네릭) 영업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함을 알리면서도 경쟁제품과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현재 제일앤파트너스가 판매하는 제품은 수입신약 '티에스원'을 제외하고 '제일크라비트', '넥실렌' 등 제네릭 제품으로 구성됐다. 제일앤파트너스는 제일약품이 개발하는 신약과 개량신약 제품도 영업을 담당할 전망이다.
'남의 제품'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제일앤파트너스가 중장기 먹거리를 마련, 내실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노림수로 분석된다.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신약 개발에도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일약품은 현재 뇌졸중치료제(임상 2상), 항암제(전임상) 등의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통증치료제, 천연물 유래 당뇨병치료제, 파킨슨병 치료 줄기세포치료제, 항진균제 등의 신약도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아직 제일약품이 배출한 신약은 없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올해 약 300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면서 “각 사업별 전문성을 갖춘 법인을 구축, 맞춤형 마케팅·영업 전략을 펼치며 직접 개발한 의약품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