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유시민 작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 당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29자 메시지'에 대해 "이 두 문장은 아무런 메시지를 안 낸 것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3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는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비리 의혹'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토론을 나눴다.
유시민 작가는 이날 '썰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은 갖고 가지 않겠다는 의미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9자 메시지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피의자의 권리만 가지고 검찰과 다투겠다는 의사표시로 봤다"라며 "만일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나 정치인으로서의 자의식 등이 있다면 국민 일반에 사과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만 나를 뒷받침해준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뭔가 얘기를 해줘야 한다. 탄핵의 사유가 됐던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해 벌어진 정치상황에 대해 내 생각을 얘기해주는 게 필요한데 그런 메시지가 안나왔다. 이는 앞으로도 그런 얘기를 안하겠다는 뜻이다"라고 전했다.
유시민 작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도 나섰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를 해보면 파면 당한 대통령은 아니지만 퇴임하고 나서 가족의 돈 문제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됐지 않았냐"면서 "그 무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냈던 메시지는 자기 지지자를 향해 '나를 버리십시오'라고 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오류가 드러났고 그로 인해서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과 내가 딛고 있던 정치적 진영이 완전히 풍비박산이 날 위기에 처했을 때 더 이상 정치를 안 하는 분이었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시켜주기 위해서 '나를 버리라. 이 실패는 나의 실패지 내가 몸담았던 정당이나 정치적인 세력, 진영의 실패가 아니다'라며 본인의 지지층까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계를 끊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유시민 작가는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이런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당연히 보수 쪽에서는 기대할 것 아니냐?"라며 "허물은 내가 쓰고 가고 그로 인한 부담은 지지층에게 주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게 없다는 의미는 앞으로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나는 피의자로서 유죄선고, 형량을 막아내기 위해서 피의자로서 싸우겠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이게 텍스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맥락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원책 변호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를 해보면 사실 유사한 점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검찰 소환 전에 서면조사를 거치고 검찰 소환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조사 하는 형식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사전조율이 전혀 없었다. 사전에 서면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은 13개의 혐의에 대해서 수백개 문항의 질문지를 준비했다"라며 약 22시간이라는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