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서 국민성장론으로 보강… 정부주도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
“일자리가 성장이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 국민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내수를 살리고, 수출과 내수가 함께 경제를 성장시키는 소득 주도 성장이 바로 국민성장의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경제 구상은 ‘국민성장론’으로 정리됐다. 당 대표 시절 발표했던 ‘소득 주도 성장론’을 다듬고 보강한 전략으로 과거의 ‘부채 주도 성장’, 수출기업 중심 성장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양극화 등 한국 경제 위기의 돌파구가 열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 후보의 국민성장론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 그리고 ‘큰 정부’ 구상으로 채워져 있다.
먼저 가계 수입을 늘려 내수를 살리고 성장을 이루는 선순환을 위해선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어 연 17조 원 이상의 일자리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공공 부문부터 소방관, 경찰, 복지공무원 등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은 이를 바탕으로 나왔다.
81만 개 일자리는 공공 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7.3%에서 OECD 국가 평균(21.3%)의 절반 수준인 10.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서 나온 숫자다. 그는 5년 전 야권단일후보로 대선에 나섰을 당시 “OECD 평균인 15%의 3분의 1에 불과한 공공 부문 일자리(5.7%) 비중을 절반 수준인 8%로 확대하겠다”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 40만 개 창출을 약속했는데, 목표치가 곱절 이상 커진 셈이다.
최근 국회에서의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됐지만 주 52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등 노동 시간을 단축해 새로운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현재는 사실상 주 68시간의 노동이 허용돼 전체 노동자 4명 중 1명은 주당 평균 52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 후보는 “휴일노동을 포함해 주 52시간의 법정 노동 시간만 준수해도 근로 시간 특례업종을 제외할 경우 최소 11만 2000개, 특례업종까지 포함하면 최대 20만4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상시 지속적 일자리와 위험직무의 법적 정규직 고용 원칙 △정부·지방자치단체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점진적 정규직화 △동일가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등을 통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고 가계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공약은 고용노동부직업상담원노조, 공공운수노조고용노동부공무직지부 등 일자리 창출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비정규직 처지인 6개 노조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정부가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문 후보도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을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정부와 공공 부문이 최대의 고용주이고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청와대에는 일자리 상황실을 만든다는 구상을 더했다. 정부의 모든 정책과 예산 사업에 대해 고용영향평가제를 전면 실시해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도 했다.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에 대한 정부 관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문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현금성 복지 예산도 늘려 가계소득을 보전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기초연금 대상을 하위 70%에서 80%로 확대하는 동시에 연금액도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또한 아직 발표되진 않았으나 아동수당 도입도 약속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제’ 공약도 대상을 좁히는 방법으로 변형해 수용, 공약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역시 최대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에 17조 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늘어날 공무원에게 향후 20 ~ 30년 근무하는 동안 지급해야 할 월급과 각종 수당부터 현금성 복지 확대에 투입될 재원까지 모두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