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61) 씨 딸 정유라 씨를 지원한 뒤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는 진술 내용이 공개됐다. 삼성이 최 씨의 영향력을 알고 정 씨를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13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충기(63)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한 행사에서 만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2015년 8월 26일 '페이퍼컴퍼니'인 코어스포츠와 정 씨를 지원하기 위한 213억 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였다. 장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독대 때 크게 질책했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에게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잘 이뤄지자 감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애초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호되게 질책을 당했다. 삼성에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겼는데 제대로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최 씨가 정 씨 지원을 부탁하고, 박 전 대통령이 그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냐"는 특검의 질문에 장 전 사장은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하자 박 전 대통령의 화가 풀린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박 전 대통령의 말이 순수하게 승마종목 발전을 위해서였다면 2015년 7월 당시 이 부회장을 그렇게 크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 씨를 지원한 뒤 대통령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사이를 알고 정 씨를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꾸중을 들은 삼성은 대통령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애썼다. 박상진 전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최 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러 독일까지 건너갔다. 장 전 차장은 "박 전 사장이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최 씨는 대통령과 친자매처럼 지내는데 자신에게 삼성이 찾아올 거라고 미리 말해줬다'고 들었다"며 "독일에서 지내고 있는 정 씨의 독일 전지 훈련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은 회의를 열어 정 씨의 지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특검이 "당시 상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을 거로 보인다"고 하자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 지시사항을 이행했는지 등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니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