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북한이탈주민’ 새이름 공모… ‘새터민’ 있는데 또?

입력 2017-04-19 13:40수정 2017-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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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비용 등 실효성 논란에 “주무부처 아니면서…” 뒷말도 무성

▲서울시가 19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대체용어 공모전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해당 공모전에 대한 인터넷 상의 차가운 반응. (사진출처=네이버)

서울시의 ‘북한이탈주민’ 대체용어 공모전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을 일컫는 새로운 명칭을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공모한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가 ‘북한[부칸]’, ‘이탈’의 ‘ㅋ’과 ‘ㅌ’ 등의 어감이 좋지 않으며 ‘이탈’이라는 단어가 주체적으로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주민들의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새 명칭을 공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일컫는 명칭으로 ‘새터민’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새 명칭을 공모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4년 인식개선을 위해 비공식용어로 통일부가 제시한 ‘새터민’이 현재는 공식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번 공모전을 여는 이유의 하나로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새터민이라는 명칭이 안정적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현재 새터민 관련 인터넷커뮤니티는 ‘새터민들의 쉼터’,‘새터민 정거장’ 등의 명칭을 쓰고 있으며, 관련 지원단체들도 ‘새터민자립후원회’, ‘인천새터민지원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언중(言衆) 사이에 잘 정착한 명칭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서울시의 도시브랜드를 ‘Hi-Seoul’에서 ‘I·SEOUL·U’로 교체하는 비용은 적게는 6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까지 추산된 바 있다. 이번 탈북주민 명칭 교체 사업도 각종 기관·단체의 명칭과 그곳에서 사용되는 홍보물 등의 교체비용, 새 명칭을 알리는 홍보비용 등을 합산하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의 이름을 소관하는 주무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새 명칭 공모전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재된 해당 공모전 관련기사에는 “(용어를) 새로 만들지 좀 마라. 새터민이 어때서”(vero****)나 “그간의 문제 때문에 새로 찾은 용어가 바로 새터민 아니었냐”(kao2****) 등 비판적인 댓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탈북지원기관 현장에서는 ‘사실 북한에서 온 남한 주민들은 자신들을 일컫는 명칭이 무엇인지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통일부 산하기관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적응을 돕는 하나센터의 관계자는 “새터민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삶의 터전이라고 해서 처음엔 반응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이나 ‘새터민’이란 용어 모두 똑같이 반감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센터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북한이주주민’이라는 용어를 권하고 있긴하지만 사실 북한에서 온 분들께 명칭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며 “오히려 명칭을 부여한다는 행위가 기존의 남한 거주민과 구분짓는 일이라 생각해 어감에 관계없이 명칭 자체를 반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아닌 서울시가 이같은 작업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업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식 명칭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가 많아 통일부에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새 명칭을 정착시키는데 들어갈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편익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기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검토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명칭 교체의 타당성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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