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30년간 대도시 주택가격 700% 뛰어…도시 후커우 없는 농민은 투자 기회 차단돼
중국 부동산시장이 버블이 우려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는 것은 도시 거주자로 제한돼 있다. 특히 부동산 열풍에 정부가 최근 규제를 강화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농민의 중산층 도약 꿈도 사라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계획경제의 산물이자 지난 수십년간 중국인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했던 후커우(戶口·호적) 제도가 농민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어 이런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현 상황을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격리정책)’에 빗대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전문가는 “후커우 시스템은 인종차별이 없는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것”이라며 “농촌과 도시의 삶의 기회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학교사로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한 상하이 시의 한 주민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말 정부 정책으로 시내 침실 3개짜리 아파트를 50만 위안(약 8230만 원)에 매입했다”며 “이 아파트 가격은 14배 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이 주민은 아파트 2채를 더 샀다. 그는 “당시 아무도 이를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하는 것을 따른 것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개혁개방 초창기인 30년 전만 해도 일반 시민이 주택을 소유할 수 없었지만 이제 주택 소유권의 98%를 민간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주택가격은 700% 뛰었다. 그 결과 부동산은 현재 중국 가계재산에서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열풍이 중국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부의 이전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도시 후커우가 없는 농촌 거주자는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21세기 자본’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세계은행(WB)의 리양 컨설턴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중국이 개혁개방에 착수했던 1978년 당시 도시 거주자는 농촌 거주자보다 소득이 약 2배 많았지만 현재는 그 격차가 3.5배로 벌어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인구 과밀화가 심각한 대도시들은 인구 제한에 나서고 있지만 쌓이는 주택재고에 골머리를 앓는 중소도시들은 농촌 후커우 보유자들의 진입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소도시는 농민들이 취직할 수 있는 일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 투자에서 소외된 것은 물론 농촌 거주자들은 도시에서 받을 수 있는 좋은 교육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도 원천봉쇄당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