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에너지업체 아람코의 2조 달러(약 2268조8000억원) 증시상장 프로젝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 정부에서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실제 시장 가치의 격차가 커지면서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사우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PO를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는 아람코의 시장 가치가 1조5000억 달러 수준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도 사우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아람코에 대한 소득세 인하 정책을 적용해야 이 수준을 간신히 유지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금정책과 각종 혜택을 적용한다고 해도 시장가치를 2조 달러까지 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생각하는 아람코 가치와 무려 5000억 달러가 차이가 난다. 앞서 사우디 왕실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는 지난해 초 아람코의 시가총액이 약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하마드 왕자는 내년 아람코 지분을 최대 5% 매각하는 IPO를 진행해 이 매각 대금으로 석유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모하마드 왕자가 어떤 근거로‘2조 달러’라는 추정치를 내놨는지 의구심이 커지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한 익명의 아람코 관계자는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수치”라고 지적했다. 아람코의 시장가치가 모하마드 부왕세자의 예상보다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우디 정부가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예상보다 줄어든다는 의미다.
현재 20명 정도가 투입돼 아람코 IPO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컨설팅업체와 협력해 아람코 가치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WSJ가 입수한 이들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아람코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방안이 몇 가지 요소가 있지만, 이들 요소가 작용한다고 해도 아람코의 가치가 1조5000억 달러를 넘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지난 3월 아람코에 적용하는 세율을 85%에서 50%로 대폭 낮췄다. 이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더 많은 배당금이 돌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해당 감세 조치로 아람코의 가치 추정치는 약 1조3000억 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로 늘어났다.